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출처: 뉴시스)

트럼프 “이란과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

양국 1980년 단교 이후 정상 만남 없어

이란 정치평론가 “미 접촉, 반역 행위”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석상에서 던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또 하나의 세기의 이벤트에 관심이 모아진다.

양국 정상은 1980년 단교 이후 얼굴을 직접 맞대고 회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013년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한 로하니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것이 확인된 유일한 접촉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지난 30일 “미국과 비밀회담설은 언론의 지나친 추측이다. 미국은 믿을 수 없어 어떤 일이든 함께 도모할 수 없는 상대”라며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정치평론가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로하니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40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딘 이란은 어렵더라도 일단 미국의 압박을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과의 접촉은 이란에서는 이슬람혁명 정신에 반하고 심지어 반역 행위로 인식된다”면서 “이란에서는 개방과 개혁을 원하는 여론만큼이나 미국의 불의와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조건 없이 회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이란 정치권에선 부정적이고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알리 모타하리 이란 의회 부의장은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고 이란을 제재하지 않았다면 미국과 대화하는 데 걸림돌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의 정상회담 제안은 이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이란 내무장관도 이날 “미국은 믿을 수 없다”며 “국제적 약속인 핵합의에서 조차 일방적으로 발을 빼는 미국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 외교전략위원회의 카말 하르라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한 경험과 미국 정부의 약속 위반을 돌이켜볼 때 트럼프의 제안은 전혀 가치가 없다”면서 “트럼프는 핵합의 탈퇴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미드 아부탈레비 이란 대통령 고문도 트위터에 “미국이 위대한 이란을 존중하고 적대 행위를 줄이는 동시에 핵합의에 복귀해야 그런 순간(미-이란 정상회담)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 열린다”는 글을 올렸다.

아부탈레비 고문은 이란은 과거에도 대화 의사를 밝혔다며 2013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로하니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양국 정상의 대화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이란 핵합의는 그 노력의 성과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합의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원한다면 로하니 대통령과 전제 조건 없이 언제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와 함께 대이란 경제 제재 복원을 발표했다. 미국은 다음달 6일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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