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은명원에서 잔치를 열어 만조백관을 초청한 동탁은 자리에서 상금의 황제를 폐위시키고 진류왕을 등극시키려 하자 대신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원로대신 노식이 역적이라는 말로 점잖게 꾸짖자 화가 난 동탁이 그를 칼로 찌르려 했다. 팽백이 말리고, 사도 왕윤이 국가 대사는 술좌석이 아닌 다음 날 논하기로 하자 모두 흩어졌다.

동탁은 자신의 의도가 먹혀들지 않자 분했다. 그는 원문 앞에서 칼을 빼어들고 반발을 했던 자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원문 밖에서 한 장수가 창을 들고 말을 달려 좌충우돌 시위를 하는데 용맹스러움이 절륜했다. 동탁은 슬며시 겁이 났다. 그가 이유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형주자사 정원의 의자(義子) 여포란 인물로 자를 봉선이라 부릅니다. 상공께서는 잠깐 몸을 피하십시오.”

동탁은 슬그머니 몸을 감추어 동산으로 피해 버렸다.

한편 형주자사 정원은 동탁을 죽일 결심을 했다.

이튿날 정원은 형주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 밖에서 동탁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의 추상같은 외침이 쩌렁쩌렁 공기를 뒤흔들었다.

“이놈, 역적 동탁은 나와서 하늘의 심판을 받아라!”

성문지기가 나는 듯이 달려 들어가 보고를 했다. 동탁은 크게 노해서 군사를 거느리고 성문 밖에 진을 치고 앞을 바라보니 한 장수가 황금 투구를 머리에 쓰고 백화 진포를 입고 당예의 갑옷을 두르고 사만의 보대를 띠었는데 손에는 번쩍이는 방천화극의 창을 잡고 있었다. 정원의 뒤를 따라 말을 달리는데 흡사 천신이 하강해 말을 달리는 듯했다. 동탁은 마음속으로 두렵고 놀랐다.

형주자사 정원은 동탁을 향해 크게 꾸짖었다.

“국가가 불행해 환관이 권세를 잡은 후에 만백성이 도탄에 빠졌거늘 너는 척촌만한 공도 없으면서 어찌 감히 폐립하는 망령된 말을 꺼내어서 조정을 어지럽히느냐?”

동탁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여포는 쏜살같이 말을 내달려 나가 방천화극의 예리한 창끝으로 동탁을 찌르려 덤벼들었다. 동탁은 당황해 급히 말을 달려 달아나니 정원의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동탁의 군사들을 시살해 일진을 대패시키니 동탁의 군사들은 30리 밖으로 쫓겨 달아났다.

동탁은 정신을 수습한 후에 장수를 모아 놓고 의논을 했다.

“여포는 참으로 장수다운 인물이다. 내가 만약 여포 같은 장수를 두었다면 천하를 걱정할 것이 무엇 있으랴.”

“주공은 과히 염려 마십시오. 저는 여포와 동향 사람올시다. 여포의 위인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용맹은 있으나 지혜가 없고 이를 보면 의를 잊는 자올시다. 제가 여포를 달래서 주공의 부하로 만들겠습니다.”

동탁이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니 호분 중랑장 이숙이었다.

“네가 장차 무슨 수단으로 여포를 달래겠느냐?”

“들으니 주공께서는 명마 한 필을 가지셨는데 부르기를 적토마라 하여 하루에 능히 천리 길을 달린다 하니 주공께서는 이 말을 주시고 다시 금과 주옥을 내리신다면 제가 가서 잘 구슬려 분명 우리에게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동탁은 이숙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천리마가 무척 아까웠다. 그래서 옆에 있는 이유에게 물었다.

“어떤가. 이숙의 말이?”

“주공께서 천하를 얻으시려면 어찌 말 한 필쯤을 아끼려 하십니까.”

동탁은 이유의 충고를 듣고 천리마를 내주고 다시 황금 천냥에 명주 수십 알과 옥대 한 벌을 내주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