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아직 결혼하지 않은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사회가 남성 지배적 구조로 돌아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남녀평등과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여성의 사회적 운동에 동참하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혜화역 여성 시위, 미투운동, 강남역 살인사건에 주목하고 분노하며 페미니스트 운동에 동참하거나 옹호하는 세력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남성 지배적이라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들은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향을 보이며 남성 중심의 억압과 불평등, 성적학대, 여성차별을 묵과하지 않을 태세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탈(脫)코르셋’ 운동이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20년 전 필자가 대학 다닐 때 2030 한국여성들은 발이 아파도 예뻐 보이고 싶어 참을 인자를 새기며, 10㎝ 이상의 하이힐과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녔다. 또한 진한 화장과 긴 생머리는 2030 여성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지금의 4050 여성들의 엄지발가락을 보면 10명 중 9명은 안쪽으로 휘어져있는 것도 하이힐이 낳은 패션문화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진짜’ 여자라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2030 중 10명에 9명 여성들은 단화를 신고 다닌다. 탈코르셋 운동까지 겹치며 여성의 상징이었던 ‘코르셋(체형 보정 속옷)’을 벗어던지고 숏컷에다 생얼, 바지로 남성성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여성 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상의를 탈의한 채 벌였던 퍼포먼스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는 1968년 미국 미스아메리카 대회장 앞에서 페미니스트들이 브래지어를 벗으며 여성 몸의 당당함과 음란물의 이미지라는 사회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싶어 벌인 퍼포먼스와 유사하다.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싶어 하는 건전한 페미니즘 운동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이들과는 달리, 남성을 적대와 혐오 대상으로 대하고 있는 워마드의 맹목적 남성혐오주의는 대단히 위험하다. 문제는 일반 대중은 워마드가 일반 페미니스트들이라 개념 짓고,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불편해하고 혐오를 느낀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곧 워마드라는 사회적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워마드는 남성과 결혼해 정상적 삶을 살고 있는 일반 여성들마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꼬집으며, 기혼자들을 ‘망혼자(결혼으로 삶이 망했다는 의미)’로 묘사하고 있다. 남자친구와 일반 데이트를 즐기는 여성을 ‘애완인간’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남성혐오와 여성혐오의 상징인 워마드와 일베 두 극혐 사이트는 크게 다를 게 없다. 꺼지지 않는 젠더 갈등의 역사 속에서 지금의 2030이 밖에 나서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마음대로 펼치고 비판하고 혐오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들에게는 ‘자유발언권’ 무대나 다름없다. 이 두 온라인 커뮤니티는 서로를 증오하고 조롱하고 끄집어 내리며 자신들의 잘못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일베와 워마드의 네거티브 액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네티즌들의 인터넷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봐야 한다. 두 개의 공동체에서 항상 거론되는 혐오라는 키워드가 365일 인터넷 문화를 즐기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자칫 젠더 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사고방식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향후에도 이들의 무대포적인 활동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적정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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