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점점 힘들어’ 직장 여성들은 제2차 저출산 계획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직장 눈치에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출산 장애 요인인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지일보
미혼모 자료사진. ⓒ천지일보

여가부, 미혼모·부 불편·차별 사례 접수

“사고 친 건가” 주변에서 수군거리기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사람들에게 한 번 찍힌 낙인은 쉽게 변화하지 않더라구요. 저처럼 나이 어린사람이 아이를 낳고 혼자 아이를 키우면 다 불량학생 취급하고, 자기들과는 다른 세계 사람처럼 저를 대합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제가 어린나이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남편이 없다는 이유로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저랑은 대화도 하지 않고 밥을 먹을 때도 저를 끼워주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저출산 시대에 따른 대책으로 한부모 가정의 양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미혼부·모들은 여전히 직장, 학교 등 일상에서 냉대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지난 29일부터 미혼모·부 당사자 또는 일반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불편과 차별을 조사하기 위해 여가부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접수받았다. 또 전국 83개 미혼모·부 시설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그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미혼모·부들은 주변의 시선과 따돌림에 힘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한 미혼모는 산후조리원에서 나이가 어리고 남편도 없는 산모라는 이유로 주변 산모들의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또 밥을 먹을 때도 어울릴 수 없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안고 길을 가거나 낮 시간에 밖에 있다고 “뭐야, 학교도 안 갔어”라던가 “사고 친 건가. 엄청 어려 보이는데”라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나 관공서, 병원 등 공개된 공간에서 개인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것도 불편사항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는 부모 참여 수업 등 부모 둘 다 참석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거나 한부모인 것이 알려져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 속상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한 미혼모는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됐고, 상담원이 내가 미혼모인 사실을 큰 목소리로 얘기해 당혹스러움도 경험했다고 밝혔다. 임신 당시 미혼임을 밝히고 혼자 아이를 키울 거라고 하자 병원의료진이 낙태를 종용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여가부는 홈페이지를 통한 미혼모·부의 일상 속 차별 및 불편 사항을 오는 10월 2일까지 계속 접수하고 또 이를 행정안전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8월부터는 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2016년 기준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은 약 44만 6000가구다. 이 가운데 정부지원 대상인 저소득 한부모 가족은 18만 1000가구다. 한부모 가족의 구성 사유로는 이혼이 77.1%로 가장 많았다. 사별 15.8%, 미혼·별거가 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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