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주 필라이트 누적 판매량 추이. ⓒ천지일보 2018.7.31
발포주 필라이트 누적 판매량 추이. ⓒ천지일보 2018.7.31

오비맥주도 경쟁 합류 선언

“수입에 맞설 新무기 될것”

“시장 확대에 긍정적 효과”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가정용 맥주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필라이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오비맥주가 ‘발포주’ 경쟁에 합류한다. 국내 1위 업체가 뛰어들면서 발포주가 수입맥주를 견제할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한 필라이트와 올해 4월 출시한 필라이트후레쉬 판매량이 누적 3억캔(355㎖)을 돌파했다. 2억캔을 돌파한 지 3개월여 만에 1억캔을 더 팔아 치운 것. 후속작인 필라이트후레쉬를 4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면서 판매속도에 더 불이 붙었다. 필라이트후레쉬는 1초에 5캔꼴로 팔리며 출시 10주 만에 3000만캔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처럼 빠르게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필라이트가 발포주라는 점이다. 국내 주세법상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기타주류에 포함된다. 기타주류의 주세율은 일반 맥주(72%)의 절반도 안 되는 30%다. 교육세도 10%만 내기 때문에 일반 맥주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12캔에 1만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것.

롯데마트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산 맥주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에는 발포주의 매출 비중이 7.6%에 불과했으나 8∼9월에는 16%로 늘었고 올해 3월에는 1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주로 가정용 채널에서만 판매됨에도 이 같은 판매수치를 보인다는 건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품질이 호도될까 3년이나 연구해 최상의 맛을 구현한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단기간 내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가정용 시장을 두고 수입맥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필라이트의 성장세는 국내 업체가 기존 맥주 외 ‘발포주’라는 새로운 무기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카스’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그간 진출을 꺼렸던 오비맥주도 결국 발포주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김영란법 이후 회식이 줄고 주 52시간 근무까지 본격화되면서 오비맥주의 주력인 업소용 맥주시장이 위축되고 가정용 맥주시장은 커지는 흐름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한국 주세법상 발포주는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되지만 시중에서는 이미 발포주가 일반 맥주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기존 맥주를 일정부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많은 고민 끝에 발포주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알코올 도수 4.5도로 기존 하이트맥주의 필라이트와 같은 수준으로 개발해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발포주가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오비맥주는 일본 대형마트 PB 발포주를 광주 공장에서 ODM(제조업자가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 중이다.

롯데주류는 아직 발포주보다는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피츠 수퍼클리어’와 저가 해외맥주 수입 등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년간 피츠는 약 1억 5000만병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얼마나 따라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발포주 시장이 커지는 긍정적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며 “국산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 가정용 시장에서 국산 맥주들의 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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