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무술년 새해를 맞아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시무식’을 진행한 가운데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신년 덕담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무술년 새해를 맞아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시무식’을 진행한 가운데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신년 덕담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

“종도들 뜻 반영 거취결정 → 심사숙고하겠다”
설조스님 단식 41일째 병원이송 전후 말 바꿔
전국수좌회 등 개혁파 연일 퇴진 전방위 압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은처자 의혹 등으로 내부에서까지 사퇴 압력을 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결단을 미룬 채 “심사숙고를 하겠다”고만 밝혀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종단 구성원들의 뜻을 반영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설정스님은 30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이 요구한 용퇴(용기 있게 물러남)를 사실상 거부하고 “심시숙고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설정스님 사퇴와 종단 개혁을 촉구하며 41일째 단식을 이어온 설조스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긴급 이송된 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설조스님의 단식이 멈춤과 동시에 설정스님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1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은 전날 자체 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뒤 총무원장 설정스님을 접견, 종단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스님은 “종단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총무원장 스님의 용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상황에서는 종단을 생각해서 퇴진하셔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종단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설정스님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단 주요현안을 다루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종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논의기구로, 그 비중과 영향력이 적지 않다. 총무원장 불신임 권한을 가진 중앙종회의 종회의원들이 대부분 각 교구본사에 속해 있어 종단 정치에 막대한 권한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실상 퇴진을 거부함에 따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8월 1일 낮 12시 하림각에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종단 상황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지난 27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종단 주요 구성원이 현재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려는 뜻을 모아준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설정스님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또 이날 원로회의 의원 10명의 스님이 설정스님을 포함한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 등에 제기된 의혹 규명을 위해 원로회의 소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조계종 원로회의는 오는 8월 31일 개최할 예정이던 제59차 원로회의를 8월 8일로 앞당겼다.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도 다음 달 16일 임시종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전국선원수좌회 등 종단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 또한 연일 설정스님에 대한 퇴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설정스님과 현 집행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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