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앞에서 한 여성이 앉아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7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현재까지 2% 이상 하락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앞에서 한 여성이 앉아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7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현재까지 2% 이상 하락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흥국의 외화부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글로벌 금융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신흥국의 부채와 외화표시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었다.

3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흥국의 외화부채는 8조 5000억 달러(약 9500조원)에 달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신흥국 외화부채가 2008년 3조 9000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10년새 2배를 넘는 수준까지 증가한 셈이다.

신흥국 외화부채 8억 5000억 달러 중 달러화 표시 부채가 76%를 차지했다.

센터가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부채의 비중은 터키가 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헝가리(64%), 아르헨티나(54%), 폴란드(51%), 칠레(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페소화와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지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47% 추락했고 리라화도 28% 떨어졌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신흥국 통화 가치 폭락으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도 각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향후 3년간 달러화 부채 만기 비율을 고려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터키 등의 외화 조달 압력이 특히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달러 강세 등으로 대외 조달 요건이 악화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지난 26일 정책금리 및 양적완화 종료 기조를 재확인한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4개 경제 선진국이 통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도 자국 경기 방어에 나선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내달 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지난 6월 이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6.25%에서 6.50%로 올릴 것으로 점쳐지며 브라질과 멕시코 중앙은행은 각각 1일과 2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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