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건중 전 동국대총학생회 부총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3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김건중 전 동국대총학생회 부총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30

김건중 전 동국대총학생회 부총회장
설조스님 단식 통해 단식 경험 회상
단식 41일… 꿈쩍 않는 설조 노스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50일간 단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했던 그 일이 목숨을 걸만한 가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해내야 하는 목적이 있어 굶을 각오가 돼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아흔을 바라보는 설조스님이 조계종 개혁을 위해 단식한 지 오늘(30일)로써 41일째를 맞았다. 금방 중단될 것 같았던 노스님의 단식이 보름을 넘어서자 일각에서는 일명 ‘출·퇴근 단식’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김건중(28) 전 동국대총학생회 부총회장이 단식했던 경험담을 들었다. 인간이 40일 넘도록 단식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목적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전 부총회장은 동국대 사태로 50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학생이다.

단식 기간에는 물은 마시되 다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나트륨이 없으면 사람의 몸은 단 며칠도 버틸 수 없으므로 번번이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일반 사람은 일주일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건강이 위태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단식투쟁은 ‘굶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내 요구를 들어달라’는 극단적인 의사표시다.

사회에서 존경받거나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단식하면 그 여파가 크다. 그러나 일개 학생 신분이던 김 전 부총회장의 단식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왜 육체를 고통으로 몰아가면서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단식을 해야만 했을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10월 15일, 그는 동국대 본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가 단식을 선언한 이유는 종단의 총장선출 개입 의혹을 받는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과 문화재절도 의혹을 받는 이사장 일면스님의 동반 퇴진을 위해서였다.

그 전부터 계속 제기돼온 두 스님의 사퇴는 2015년 9월 17일 학생총회라는 공식적인 의결기구를 통해 처음으로 안건이 의결됐다. 그러나 한 달간 변화된 것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최후의 투쟁 방법으로 목숨을 건 단식을 선택했다.

김 부총회장의 말에 따르면 단식 초반에는 배고픔 때문에 힘들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허기가 안 느껴져 보름까지는 버틸 만했다. 20일째가 지나서부터는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상반신인 가슴과 등, 팔 언저리에는 심한 두드러기 같은 붉은 반점들이 올라왔다.

25일차부터는 물에 효소를 타서 먹었다. 이때부터는 누워만 있어도 어지럼증에 괴로워했으며, 냄새에 극히 민감해져서 누구도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했다. 혈당은 정상치의 반으로 떨어졌고, 심한 저혈압으로 기력은 점점 더 쇠해져만 갔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 전 부총회장은 단식함으로써 학교나 종단에 압박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건강이 점점 더 악화할수록 동국대 사태에 관심 두지 않았던 학생들이 주목했고, 30일이 지나서는 소위 ‘주류 언론사’들도 취재를 왔다고 했다.

기쁨도 잠시 40일부터 갑자기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정신은 점점 더 희미해져 면회를 받지 않았다. 49일째 밤 처음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2015년 12월 3일 오전 10시, 단식한 지 50일 되던 날 동공이 풀려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보광스님 사퇴를 바랐지만, 그의 단식은 이사진 총사퇴로 결론이 났다.

김 전부총회장은 설조스님의 단식을 통해 과거 자신의 단식을 투영시켰다. 그는 설조스님의 단식에 비해 본인이 한 단식은 단식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법력(法力)으로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먼저 설조스님과 자신의 단식을 비교하면 계절 차이가 상당히 난다고 했다. 특히 단식장에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해서 정신력과 기력 소비가 훨씬 심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스님은 40일이 넘은 현재도 면회를 받는 수준을 넘어 찾아오는 사람마다 얘기를 나누고, 아침마다 법문을 설한다. 이를 보고 김 부총회장은 정신력의 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회장은 설정스님에게 “기본적으로 불자로서 계를 어긴 일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한국불교에서 가장 큰 종단의 수장이라는 분이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가진 자리와 권력에 심취한 행동”이라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이어 “설조스님과 94년 개혁 때 같이 일했으면서 어찌 이렇게 다른 길로 가고 있냐”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길 바란다”고 개탄했다.

언론들에는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보도를 해주는 게 설조스님의 뜻을 지지하고 함께하는 입장에서는 감사하다”면서도 “다만 보도할 때 편향된 입장이나 취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기사는 쓰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설조스님에게는 “단식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려서 죄송하다”며 “스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스님도 사부대중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님이 목숨을 건 것은 알고 있지만, 제발 단식을 거둬주길 바란다”고 간청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9일 단식 40일째를 맞은 설조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9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9일 단식 40일째를 맞은 설조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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