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으로 ‘종전선언’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되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등 각론이 많지만 모두 기우일 뿐이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데는 북한이 더 적극적이다. 자신들의 불안한 체제를 대한민국 국군이 박살낼까봐 불안한데 미군이 그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내적 선전논리에서 미군은 ‘침략군’이지만 실은 북한의 가장 완벽한 ‘방어군’이 돼주고 있는 셈이다. 정전협정의 연원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다. 즉 국가 개념으로 보면 당시 연합군을 이끌던 미국과 북한·중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셈이다. 정전체제를 끝내는 종전선언에 중국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당시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전쟁에서 핵심적인 교전 당사자였고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에서 빠진 이유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교전에 지친 당국들은 전쟁 중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전은 1951년 6월 16일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던 트리그브 리가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은 1951년 6월 30일 유엔군 총사령부 방송을 통해 공산 진영 측에 정전협상을 제의했다. 이에 김일성과 펑더화이가 화답하면서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같은 해 7월 8일 개성 북쪽에 위치한 ‘래봉장’에서 첫 예비회담이 열렸고, 최초의 본 회담도 1951년 7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실제 정전협정 체결까지는 이로부터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159회의 본회담, 179회의 분과위원회 회담, 188회의 참모장교회담, 238회 연락장교 회담 등 모두 765회의 회담이 열렸다. 회담에서는 DMZ 설치를 위한 MDL 설정, 전쟁포로 문제 등이 다뤄졌다. 

전체 5조 63항으로 구성된 정전협정의 핵심 사항은 상호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정은 ▲MDL과 DMZ 설정 ▲군사정전위원회 및 중립국감독위원회 설치 ▲전쟁포로 인도 및 인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전협정 1조 1항은 남북이 MDL에서 각각 2㎞씩 철수해서 DMZ를 만드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2조는 정화(停火)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3조는 전쟁 포로에 관한 조치, 4조는 쌍방관계 정부들에 대한 건의, 5조는 부칙, 부록은 중립국 송환위원회 직권의 범위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협정 체결에 따라 교전국들은 포화를 멈췄다. 남북 사이에는 DMZ와 MDL이 설치됐다. 유엔군과 공산군 장교로 구성되는 군사정전위원회 본부도 판문점에 설치됐다. 스위스·스웨덴·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로 구성된 중립국감시위원단도 설치됐다.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에도 양측 모두 DMZ 안에 군사시설을 두고, 경계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전협정 1조 1항부터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체결 이후 북한은 42만여건의 정전협정 위반과 지난 2016년까지 3000건이 넘는 국지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DMZ와 판문점은 정전협정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북한은 이들 지역에서도 정전협정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 왔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군과 한국군 및 민간노무자 등이 북측으로 향하는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를 제거하자 이에 항의하던 북한군이 미군 2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지난 2015년에는 경기 파주 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군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발생한 북한군의 로켓포 도발까지 더해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으나 결국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긴장 국면이 마무리됐다. 지난 2017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 병사가 귀순하던 때에는 북한군 추격조가 판문점 남측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무단으로 MDL을 넘어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판문점 유엔군사령부는 이 두 가지 행위를 모두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올 들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남·북·미 간의 대화와 협상이 활발해지면서 정전 상태를 공식 종결하는 종전선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고, 이를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난 5~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종전선언을 더욱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취약한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고자 핵무기를 만들었다. 그 불안을 덜어줄 종전선언에 왜들 주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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