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窓] 기마민족(騎馬民族)의 문화와 기상을 다시 생각하며
[동북아 窓] 기마민족(騎馬民族)의 문화와 기상을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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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본래 기마민족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용총 수렵도와 신라 천마총의 말 그림, 그리고 가야 고분의 말 갑옷 등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또한 매년 공주 백제문화제에서 공연하는 마무예(馬武藝), 마상재(馬上才) 등 마보무예에도 백제인의 ‘기마민족 혼’이 서려있다. 고구려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말을 달려 주변을 정복하며 살아가던 민족이었다. 하지만 고구려가 멸망한 후 우리나라는 국토가 반도로 축소되고 농경문화로 정착됨으로써 드높았던 민족의 기상은 쇠락하고 수없이 많은 외침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가 원래 기마민족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 또한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조상들은 말을 타고 하는 경기도 즐겼다. 격구(擊毬)가 바로 그것이다. 격구는 서양의 폴로(polo)와 비슷한 경기라고 보면 된다. 말을 탄 채 숟가락처럼 생긴 막대기로 나무공을 쳐서 상대방 문에 쳐넣는 놀이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격구는 무예를 숭상했던 고려시대에 크게 성행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려 18대 왕 의종(毅宗)은 격구를 매우 좋아했는데, 3~4일을 연속으로 쉬지 않고 격구를 관람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무용총 수렵도를 심층 분석하고,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와 같은 문헌을 연구해 말 위에서 칼이나 창, 활 등의 무기를 다루는 고구려의 기마무예를 독학으로 20년 이상 연구한 이가 있다. 그가 바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승마클럽 ‘마구간’의 대표이자 ‘대한청년기마대’의 대장인 고성규씨다. 그는 한국의 소중한 전통문화 콘텐츠인 기마문화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2003년 경기 장흥에 승마클럽 ‘마구간(현재는 고양시 덕양구)’을 만들었다. 조랑말을 비롯해 몽골산, 호주산, 독일산, 러시아산 말 등 25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기마민족으로서의 문화 콘텐츠를 계승하고, 중국이 고구려의 기마문화를 자신들의 고대 체육사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기마무예 시범을 통해 한국의 기마문화를 국내는 물론 외부 세계로 널리 퍼뜨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기마민족으로서의 기마문화와 진취적인 기상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말 산업을 육성하고, 기마무예 및 격구 경기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말 산업 국가인 몽골, 호주 등과 교류를 통해 ‘말 산업’ 발전에 대한 기틀을 구축하고, 제주도를 말 사육의 본거지로 삼아 제주마인 조랑말을 전국적으로 널리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부터 시행해 보면 좋겠다. 제주도는 고려 원종 14년(1273)에 몽골군이 제주에 들어왔을 때부터 연중 방목이 가능한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어서, 원 나라가 설치한 14개의 목장 가운데 제주도 목장을 최고로 쳤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제주도를 제1호 말 산업 특구로 지정한 이래, 경북 영천 일대를 제2호, 경기 이천 일대를 제3호, 전북 장수 일대를 제4호 말 산업 특구로 지정했다. 이들 특구지역에는 승마시설, 조련시설, 전문인력 양성기관 등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도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특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승마와 격구를 국민생활체육으로 발전 시켜 우리나라가 기마문화와 상무정신을 고양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모두가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기마문화 사업 확대가 청소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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