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중 무역분쟁을 1985년 플라자 합의에 의해 실마리를 찾았던 미·일 무역분쟁과 비교해 분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당시 미·일 무역분쟁을 비교해 현재 진행중인 미·중 무역분쟁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어떻게 전개 될지 예측하는 것에 대해 각자의 입장과 관점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은 제 측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당시 미국이 결국 환율을 끌어들여 미·일 무역분쟁을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을 표적으로 해 엔화를 높게 유도해 심각한 엔고현상을 일본이 겪을 수밖에 없게 만듦으로써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붕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반면교사로 중국은 철저히 연구하고 있을 것이며, 현재만 봐도 중국의 인민페인 위안화는 평가절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평가절하 되고 있다. 이는 중국 상품들이 더욱 국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뿐이고 중국 상품 수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일 무역분쟁 당시 일본은 무역의 4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중국은 20% 못 미치는 정도 미국에 의존한다. 중국과 무역을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대략 130여개 국가가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다. 자유무역주의 자가 언제부터 돼있다. 보호무역을 외치는 트럼프보다 국제적 명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없었던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장 WTO도 생겼으며 세계 3대 무역축인 EU도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45개 업체가 분쟁을 반대하는 연대성명을 국내외에 발표하니 트럼프는 여론면에서도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무역이라는 것이 상호 호혜적이면서 뭔가 필요하기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제품이 작년만 해도 5055억 달러 어치 미국에 들어온 그만의 이유가 있다. 물론 중국은 미국에서 1300억 달러 만큼 사들였다. 상호의존성이론(Interdependency theory)이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관세나 비관세 장벽으로 인위적으로 막으려고 하니 어떻게 순리적으로 이해가 되나. 또한 일본은 2차 대전의 패전국에서 폐허를 딛고 재기하면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주종관계나 다름없는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일 군사안보동맹으로 일본의 양보가 불가피 했다. 미국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주객관적 상황이었다. 반면에 중국은 개혁개방과 정권의 안정을 기반으로 군사적 굴기를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 아직은 미국 군사력에 못 미치지만 대항할 수도 있다는 용기 있는 자의 겉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는 중국의 결기는 충천하다. 1978년 11기 3중 전회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40년의 결과는 2018년 오늘 중국을 완전히 탈바꿈 시킨 것이다. 

한때는 중국의 인텔리 집단을 중심으로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비판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중국 내부와 미국에서 찻잔속의 태풍과 같이 일기도 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시진핑 1인 독주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등소평이 외쳤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이나 명성을 숨김)를 하지 않고 중국의 이빨을 너무 빨리 노출 시켰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시진핑을 도와주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중국 내에 분열되려고 했던 정치경제 상황이 트럼프의 공격으로 트럼프를 향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국면이다. 대단결을 통해 트럼프의 미국에 맞서는 분의가 정착되고 있다. 2050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100주년이 될 때까지 국제사회와 주변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경제에 올인 하는 것이 최고의 국가 정책이라고 신봉하고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을 위협적으로 보지 않게 스스로 자제하고 겸손하게 해야 했는데, 너무 빨리 중국의 야욕을 중국몽(中國夢)이라는 표현으로 세계를 향해 외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결국 중국은 정치적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자국의 체면을 살리고 미국에 양보하고 이번 국면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도 중국을 굴복시키기엔 정치적 스케줄상 시간이 넘치지 않는다. 미·일 분쟁 당시 방식으로 환율전쟁을 통해 해결을 할 수도 있는데, 시간도 더 걸리고 일본과 달리 대등한 관계라고 하면서 말도 안 듣는 중국을 때리기는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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