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경영아카데미 원장

컴퓨터공학 분야 Interactive Design 전공을 한 스웨덴 출신의 에릭 요한손(Erik Johansson, 25)의 소위 ‘생각이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창조의 세계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상상력만으로 눈과 두뇌를 속이는 “다른 종류의 예술과는 어쨌든 다른”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 그는 Canon EOS 5d mark II, Canon L-lenses, Elinchrom flashes와 Adobe Photoshop CS5, no 3d-software를 사용한다. 즉, 특별한 도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을 갖고 작품을 만든다.

The Independent's의 기자 Matilda Battersby와의 인터뷰에서 요한손은 “사진작가들로부터보다는 MC Escher, 초현실주의자인 Dali와 Rene Magritte 그리고 다른 유행이 지난 미술가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반전의 미학(invert aesthetics)을 펼쳐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처음 볼 때는 추상적인 것으로 보이나 곧 놀라움을 야기시키면서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홍보를 별도로 한 게 아니고 자신의 website에 올린 게 전세계로 퍼져 나가서 유명인이 되었다. 물론, 작품이 탁월하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SNS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사진을 찍어 온 요한손의 사진 조작기법은 약 5년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즉, 20살부터 조작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사진을 만들까 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기획을 잘 하면 나머지 시간은 별로 안 걸리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좋은 시작이 성공의 반이다’라는 말처럼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해 두었다가 사진으로 반드시 만들어 낸다. 나중에 컴퓨터로 작업이 되니까 사진은 그에게 있어서 재료를 얻는 것이나 같다.

생각한 것을 반드시 만들어낸다는 점은 내가 주목하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도 마찬가지이다. 조각가 김종영이 “인생은 한정된 시간에 무한의 가치를 생활하는 것이고, 예술은 한정된 공간에 무한의 질서를 설정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생각한 것을 만드는 힘, 이것이 예술가의 힘이다. 나도 매일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 작품에 두고 두고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전공상 사진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이지만 날이 갈수록 다른 그 무엇을 하고 싶어한다. 직업도 움직이며 계속 진화한다.

아마 요한손을 사진작가라고 고정시키는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보통 사람들은 컴퓨터공학이 창조적인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데 그는 추상적인 방법을 통하여 공학도 창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학적으로 코드(code)를 만드는 것도 문제를 푼다는 면에서 일종의 창조성이다.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시각적인 문제들을 재창조하는 것을 제외하곤 그의 사진작품들은 코드를 만드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이상에서 보듯이 요한손의 생각은 통섭과 융합의 개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선배 화가들의 작품 세계 활용 등은 그가 창조적일 수밖에 없는 기본 자원이다.

최근 다녀 온 제 3회 아시아프에서는 그다지 창조적인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손재주보다는 두뇌 재주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점에서 동시대의 한국 작가들이 그의 작품에서 벤치마킹 할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에서의 영역은 없다.

이 세상 모든 게 예술의 재료이며 소재이며 주제이다. 문학이나 미술이나 음악이나 모두가 상상력의 무한성과 상징의 형상화, 그리고 이미지의 창조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리즈(TRIZ)를 만든 알트슐러는 “기술 문제의 해결 과정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배우는 게 중요하며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훌륭한 작가가 되려고 한다면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고 학습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르다고 생각한 그것이 보물임을 나중에 깨달아서는 안 된다.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다. 고정관념을 버릴 때 풍부한 상상력이 되살아난다. 참신한 젊음은 통섭과 융합에서 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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