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22일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 찬 외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22일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 찬 외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2

“폐지하고 서민 고통 줄여야”

“전기 대란 일으킬 것” 우려

정부 “필요시 검토” 신중태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싸고 ‘폐지’와 ‘현행유지’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누진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기요금으로 서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누진제 폐지는 전기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200여건이 넘는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누진제 폐지’ ‘가정용 전기 누진제 폐지요망’ ‘7,8월 한시적 누진제 폐지해주세요’ 등 폐지 의견과 ‘누진제 폐지는 이기적인 생각. 현행유지 바랍니다’ ‘전기료 누진제 폐지 반대합니다’ 등 폐지반대 의견까지 다양한 청원이 올라왔다.

누진제 폐지에 찬성하는 한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누진세가 없다면 저희 같은 서민들이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듯하다”며 “누진세 적용이 걱정돼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켤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루에 한 시간정도 에어컨을 켜는데 식구들이 더워서 잠을 설치고 있다”며 “더운 여름 한 달만이라도 전기세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도 못 켜고 찜통더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전기요금이) 부자들에겐 돈 몇 푼 안 되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돈 몇 푼에 밥을 굶고 생활한다. 제발 말로만 ‘서민’ ‘서민’ 이야기하지 말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좀 제대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한 청원인은 “기업들은 저렴한 전기세로 인해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지만 가정에서는 누진제 무서워 탈수 증상이 날 지경”이라며 “가정용 누진제를 폐지하고 서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게 높으신 분들이 좀 도와 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22일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 찬 외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기상청은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건·가축·식중독·농업·산업·수산업(육상 양식장) 등에 피해가 우려되니, 폭염 영향 정보의 폭염 영향 분야 및 대응요령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8.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22일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에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 찬 외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기상청은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건·가축·식중독·농업·산업·수산업(육상 양식장) 등에 피해가 우려되니, 폭염 영향 정보의 폭염 영향 분야 및 대응요령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8.7.22

이같이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서민의 고통이 늘고 있어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청와대 게시판에는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전기 대란이 올 수 있어 반대한다는 비교적 적은 수의 폐지반대 청원도 올라왔다.

‘누진제 폐지는 이기적인 생각. 현행유지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에어컨 돌리는 사람은 얼마나 이기적인지 나라가 망하든 말든 블랙아웃이 되든 말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공짜나 다름없는 전기료로 ‘남극’을 즐기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 더위에도 선풍기를 돌리는 국민이 다수”라며 “나도 실내온도가 33도를 넘어가는데 찬물적신 수건을 모터 위에 올리고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선풍기 백날 돌려도 전기료는 한 달에 2만원 안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뜩이나 폭염으로 하루 최대 전력을 경신하는데 누진세 폐지로 너도 나도 전기를 쓰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바로 블랙아웃이다. 정부시스템·산업시설·은행전산(의 전기가) 모조리 나가 복구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진제 폐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나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위기 때는 나라와 우리 이웃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누진제 개편을 시행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정밀 분석한 뒤에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지난 2016년 개편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27일 “누진제 개편 이전이었다면 3.5시간 사용자는 10만 8000원, 10시간 사용자는 39만 8000원, 2시간 사용자는 4만 8000원을 냉방요금으로 추가 부담해야 했다”면서 “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제를 현행 3단계 3배수로 개편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누진제 개편으로 기본 전기요금은 7820원, 2시간 사용자의 추가 냉방요금은 1만 2070원, 3.5시간 사용자는 4만 5690원, 10시간 사용자는 22만 760원의 요금 절감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전이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전기료는 17만 7000원이 더 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와 앞으로 정부가 전기요금과 관련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