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선원수좌회, 108배 참회 정진
청정교단 위해 ‘전국승려대회’ 약속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자승 종권 8년에 이어 현재까지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쳤던 목소리에 꿈쩍하지 않았던 조계종 내부가 설조스님 단식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조스님이 종단 개혁을 위해 단식한 지 40일을 앞둔 가운데 조계종 내부도 동요하고 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 설치된 설조스님 단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 사태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과 불자들에게 참회했다.
수좌회 대표 의정·월암스님을 포함한 20여명의 스님들은 “조계종의 위기는 전적으로 수좌들이 수행가풍으로 불조의 혜명(慧命)을 계승시키지 못한 까닭”이라며 “교단 수호의 보루로서 선도적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좌회는 참회 이유로 ▲종단을 올바로 세우지 못한 허물 ▲종지종풍을 선양하지 못한 허물 ▲수행과 교화에 게을리 한 허물 ▲국민과 사회에 근심과 걱정을 끼친 허물 ▲종단 적폐를 조장하고 방조한 허물 ▲설조 노스님의 목숨을 담보한 구종단식을 애써 외면한 허물 등을 거론하며 참회했다.
이들은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수좌회는 “높은 지위에 있는 지도부일수록 더욱 개인사로 인해 의혹의 중심에 처하게 되면 참과 거짓을 떠나 도의적 책임만으로도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수좌회는 현 종단 사태를 ‘미증유의 법난’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확산된 것은 “종단 지도부 개인적 일탈을 종단 차원으로 확대해 교권수호라는 허명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또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장막 뒤에 숨어서 소위 종권 재창출이라는 비루한 꿈을 도모하고 있는 종단 실세가 따로 있다”며 “이들이 구축한 거대한 적폐의 카르텔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종단 개혁과 불교발전은 요원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수좌회는 오는 8월 21일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통해 종단 적폐 해소 및 청정교단 기틀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수좌회 대표단 20여명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 참회 정진에 나섰다. 이후 설조스님 단식정진단 내 동조 단식 천막에서 참선 정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