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선진국 중 한국 재정 여력 최상급
전문가 “향후 재정 압력 대비한 중장기 계획 필요”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이 선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갑작스런 위기가 닥쳐와도 충분히 대응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2015년에는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이 호주에 이어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3개 선진국의 재정 현황을 정밀 분석한 ‘재정 여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와 호주, 덴마크, 뉴질랜드, 노르웨이가 갑작스런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덴마크, 노르웨이의 재정 여력은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100% 수준으로 추정해 선진국 중 최고로 꼽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여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갑자기 지출해야 할 상황 등의 위기가 닥쳤을 때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재정 여력 기준에는 재정수지 등 여러 개의 지표가 있는데 이번 IMF가 발표한 보고서의 기준은 부채 비율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그리스·이탈리아·일본·포르투갈은 위기가 재발한다면 대응할 재정 여력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아이슬란드·아일랜드·스페인·영국·미국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재정을 동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서 한국·덴마크·노르웨이 등은 불시에 닥친 충격을 감내할 최상의 재정 여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물론 이들 나라 또한 향후 재정 압력에 대해서는 중장기 계획을 통해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우리나라의 향후 국가 부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IMF는 우리나라의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32.6%로 호주(15.5%), 뉴질랜드(26.1%)에 이어 낮은 상황으로, 2015년에는 우리나라가 26.2%까지 감소해 호주(20.9%)에 이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23개 선진국 중 2015년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일본(250.0%), 그리스(158.6%), 이탈리아(124.7%), 미국(109.9%)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재 재정 여력에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일부 선진국과 같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 이동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부채비율 예상치는 3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50%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선진국은 국민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기금 등 의무적 지출이 많은 상황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성격의 재정 지출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서로 다른 상황에서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의 10~2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며 “지금의 선진국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재정 압력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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