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국군기무사의 진실공방이 갈수록 볼썽사납다. 과거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놓고 어느 한 쪽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명색이 ‘계엄령 문건’이다. 자칫 헌정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었던 이 문건이 최근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시점에서 왜 즉시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고 시간을 지체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송 장관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라 하겠다. 

그러나 기무사가 보고할 당시 사안의 ‘심각성’을 거론했지만 송 장관이 애써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6.13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 등의 이유로 시간을 지체했다고 말해왔다. 경위야 어떻든 ‘내란 예비음모’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계엄령 문건을 직접 보고 받고서도 송 장관이 사안의 심각성을 정말 몰랐다면 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송 장관을 감싸며 ‘기무사 때리기’에 앞장섰다.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드러났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이라는 제목의 기무사 문건을 보면, 송 장관은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문건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송 장관은 그만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더 이상한 것은 기무사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된 이후 국방부는 송 장관의 기무사 관련 언급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대목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기무사 보고서’를 믿지 말라는 얘기이다. 기무사와 송 장관이 서로를 비난하며 다투고 있다니 문재인 정부에서도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결국 기무사와 송 장관의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군 기강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 진실공방과 관련해서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지적이다.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헌정질서의 기본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계엄령 문건의 심각성을 보고 받고도 거짓이나 남 탓하는 인사가 있다면 이 또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군 기강을 이런 식으로 뭉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말고 ‘국민의 눈’으로 그리고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좀 더 냉철하고 공평하게 이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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