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아직 상(喪)중이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나흘째, 그의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 가방을 둘러맨 대학생들 그리고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까지 대부분이 일반 시민들이다. 그들이 노회찬 의원과 무슨 인연이 그리 많겠는가. 다만 막장 같은 우리 정치권에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사회적 약자 편에서 기득권 세력과 온 몸으로 싸워왔던 진정한 진보정치인 그리고 용접공 시절부터 일생동안 노동자들 곁을 떠나지 않았던 그 집념의 정치역정을 존경하고 또 그래서 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정치 풍토에서 진보정치의 길은 가시밭길보다 더 험난하다. 지금도 툭하면 종북, 좌빨이라는 원색적인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자기희생 없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서민과 노동자들 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노회찬 의원은 그 길을 외면하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 그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 길에서 노 의원은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며 때론 낙담하고 또 괴로워했겠는가. 그래서 노 의원의 마지막 길도 국민들이 쉬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줄을 잇는 일반 시민들의 애도 행렬, 그 속에서 이 시대에 살아있는 양심과 정의를 본다.

정의당이 이럴 때가 아니다

아직 상중이다. 상주를 자처한 정의당의 눈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민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를 애도하는 조문 행렬을 보면서 그들의 슬픔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진보정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노 의원이었기에 그를 잃은 정의당의 앞길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엇이 이런 슬픔을 가져왔는지 묻고 또 물으며 입술을 몇 번이라도 깨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중에는 특히 상주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정치적 발언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 설사 참기 어려운 정치적 ‘음해’가 불거지더라도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륜이요, 고인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가 될 것이다. 게다가 많은 국민들이 함께 슬퍼하고 있는 이 즈음에 ‘정치적 발언’으로 장례의 엄숙함에 상처를 낸다면 그것은 정의당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의당이 지난 25일 대변인 명의의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여기서 “특검의 주장이 어떤 의도이고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지금 특검의 행태는 허위 정보를 확대 재생산해 유포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특검의 무도한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특검과 정면대결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무도’하다고 비난했다. 앞서 특검은 드루킹의 트위터에 올라온 정의당 관련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며, 심상정 의원과 김종대 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특검의 이 발언에 대해 정의당이 발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의혹을 밝히고 있는 허익범 특검은 여야 합의로 야권에서 추천한 특검이다. 집권세력을 향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뜻을 모은 것이며 정의당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그런데 특검 수사가 정의당에 다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해서 특검을 비난하는 모습은 정말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의당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전에 검찰은 노회찬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를 밝히지 못했다. 그리고 노 의원은 최근까지도 일관되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정의당은 그런 노 의원을 ‘믿는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노 의원이 유서에서도 밝혔듯이 4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셈이다. 과거 검찰이 밝히지 못한, 아니 밝히지 않은 듯한 그 돈의 실체를 이번에 특검이 밝힌 것이다.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노 의원을 마냥 믿는다고 했던 정의당이 오히려 반성할 일 아닌가. 그런데도 특검을 향해 상중에 비난을 퍼붓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이런 태도가 노 의원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김종대 의원을 먼저 거론한 사람은 다름 아닌 드루킹 자신이다. 지난해 5월 당시의 트위터를 보면 ‘심상정 패거리들’에게 미리 경고한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불행하게도 드루킹의 협박성 발언대로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다면 특검 입장에서는 심상정과 김종대의 ‘커넥션’이 있었는지, 있다면 그 내막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특검이 상중에 민감한 얘기를 흘리는 태도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정의당이 발끈해서 특검수사를 비난하고 ‘무도’하다는 식으로 특검수사를 무력화 하려는 듯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떳떳하다면 특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 당당하게 수사를 받고 소모적인 의혹을 털어 내는 것이 더 유익하다. 또 그런 태도가 정의당다운 모습이다. 정의당과 심상정, 여전히 그들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특검을 비난하는 태도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오버하지 말고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