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폼페이오, 상원 청문회서 언급
“목표는 CVID… 北도 동의했다”
비핵화 대상에 ‘모든 종류 무기’
“北 핵물질 생산 여전” 정보공개

[천지일보=이솜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대응 기조를 놓고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꺼내 들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우리는 ‘인내하는 외교’를 하고 있다. 이것이 헛되이 오래 끌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6~7일 3차 방북 당시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존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는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재확인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첫 임기를 비핵화 목표시한으로 설정했다.

이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의 단계적 이행일정을 담은 ‘비핵화 시간표’와는 다르지만 2021년 1월까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자체적 추진 일정을 토대로 ‘데드라인’을 공표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인내하는 외교’라는 대북 대응 기조와 ‘첫 임기 내 비핵화 달성’이라는 목표시한을 동시에 꺼낸 든 것은 꽉 짜여진 시간표에 연연하기 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제재와 압박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결실을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를 첫 임기 말까지 한다는 당초 목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냐는 코리 가드너(공화) 동아태소위원장의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면 더 빨리”라고 답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되는 비핵화(FFVD)’와 CVID가 같은 뜻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같은 뜻이다”라며 “나는 CVID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핵 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 등을 포함하는 대량파괴 무기(WMD)를 아우르는 ‘모든 종류의 무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WMD 제거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또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비핵화 개념 정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북한)은 완전하게 비핵화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앞서 강선 단지로 알려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의혹을 포함해 북한의 핵 은폐 의혹이 미국 정보당국 등에서 나온 상태였지만, 외교수장이 이를 사실상 확인해주는 듯한 ‘정보판단’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른 장소에서 답변할 수 있겠느냐”고 미묘한 답변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답변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여론 설득용’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3차 방북 이후 뚜렷한 성과 도출이 없자 정치권 등에서 확산하는 비관론을 달래기 위해 북한의 미국 비핵화 개념 동의까지 공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비핵화 목표시한과 구체적 정의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북미간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최근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카드를 꺼내들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약속 이행을 더욱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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