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130여개의 여성단체로 이뤄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가 2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 피해’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130여개의 여성단체로 이뤄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가 2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 피해’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6

26일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피해’ 토론회

“언론, 성폭력 보도 왜 하는지 등에 대한 원론적 고민 필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혐의 공판에 대한 언론보도가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언론이 성폭력 범죄 보도에 대한 저널리즘 윤리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26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 피해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언론이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 공판을 ‘가해자 중심적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안 전 지사 측의 증인들의 증언으로 달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다시 유튜브 채널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김씨에 대한 2차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언론은 성폭력 보도를 왜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부터 해야 할 때”라며 “성폭력 범죄가 어떤 것인가,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 유책론이 왜 문제인가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판에서 증언된 내용을 갖고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 ▲재판 자체를 마치 경주처럼 중계하는 것 ▲성폭력과 관련된 사안을 양측의 진실 공방처럼 만드는 것 등이 피해자를 불리하게 만들고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부분이라고 봤다.

특히 김 교수는 언론이 안 전 지사 측 증인의 자극적, 선정적 표현을 여과 없이 기사 제목에 넣어 주제로 제시하는 보도를 통해 김씨에 대한 2차 피해를 가속시켰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5차 공판에 참석한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은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아님을 입증하고자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지원 씨 등을 증인 신문했다. 이 자리에서 민씨는 “새벽에 부부의 침실을 찾아왔었다” “김씨가 안 전 지사를 보고 볼에 홍조를 띠었다” “귀여운 척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다수의 언론이 이날 민씨의 증언을 기사의 제목으로 뽑아 언론이 김씨에게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교수는 “대다수의 언론 보도에서 안 전 지사 측 증인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 제목이 많았는데 이는 수년 전부터 국내 언론의 뉴스 제목 관행 문제로 지적돼 온 것”이라며 “감정적 표현이나 직접적인 인용구는 기사에서 다루는 사안의 단편적 특성만을 강조하게 돼 기사를 읽는 이가 제목만으로 기사를 잘못 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기사 제목의 뉴스제공이 무차별적 2차 가해를 가하는 댓글을 끌어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고통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기 힘들어진다”고 꼬집었다.

또 재판부가 김씨에 대해서 객관적, 중립적으로 증언할 수 없는 부적절한 증인을 채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안 전 지사 측에서 채택한 증인 중에는 김씨가 방송에서 피해사실을 이야기 했을 때 합의된 성관계라고 입장을 표명한 비서실장, 김씨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을 수백개 단 후임수행비서 등이 있었다”며 “특히 안 전 지사의 배우자의 증언은 그야말로 자극적일 수 밖에 없었고 채택을 했더라도 비공개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 측의 증인들은 공개증언은 모두 김씨를 ‘거짓말하는 사람’ ‘안희정을 좋아한 사람’으로 몰고갔다”며 “이 같은 증인들의 증언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됐고 결국 김씨에게 2차 피해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130여개의 여성단체로 이뤄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업무상 위력’은 권력형 성범죄의 주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안 전 지사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여성학자와 활동가,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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