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설정스님 은처자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도현스님은 1999년도에 설정스님의 은처로 지목된 김○정씨와 나눴던 대화내용이라면서 언론에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김씨로 지목된 여성은 “22살 때 설정스님으로 인해 임신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8.7.2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설정스님 은처자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도현스님은 1999년도에 설정스님의 은처로 지목된 김○정씨와 나눴던 대화내용이라면서 언론에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김씨로 지목된 여성은 “22살 때 설정스님으로 인해 임신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8.7.24

조계종 공개영상 “불자 성폭행에 애 낳아”
도현스님 공개녹취 “설정스님이 강제로… ”
서로 엇갈린 주장에 진실공방 벌어지나

하와이서 증거 들고 온 스님
“설정스님 진짜 은처자는…”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내 나이 22살, 설정스님과 두 번째 그런 관계를 하고 아기가 생기고… 15만원을 줬다. …가서 아기까지 떼고 오라고 돈을 딱 줬다.”

“대구의 A사찰에서 노스님을 모시고 수행하던 중 한 보살의 소개로 절에 온 김씨 성을 가진 50대 남자 신도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아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은처자로 지목된 김모씨라는 여성의 입에서 나왔다고 주장되는 증언이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설정스님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주장과 한 신도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았다는 주장, 어떤 게 진실일까.

조계종 개혁을 촉구하며 목숨 건 단식을 하는 설조스님의 천막이 있는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24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불자들과 경찰병력을 대동한 채 한 스님이 기자들 앞에 섰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서 운을 뗀 스님은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었다.

도현스님은 ‘총무원장 설정스님 은처자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스님은 1999년 2월 19일 설정스님의 은처로 지목된 김씨와 나눈 대화라면서 녹취록과 원본 음성을 언론에 공개했다. 스님은 1998년부터 1999년 사이 김씨와 대화를 나눴고, 그는 김씨가 설정스님의 아이를 낳았다고 고백한 이후 녹음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도현스님이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녹취록과 음성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5월 31일 은처자 의혹을 받는 김씨와 종단 관계자가 같은 달 7일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고 공개한 영상에서 한 증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 “애 아버지는 설정스님… 낙태비용도 줘”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설정스님이 수덕사 주지를 마치고 대전 심광사 주지로 있었을 때인 1989년 3월부터 1993년 4월 사이에 심광사를 방문했다. 그가 설정스님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한 때가 이때였다. 설정스님과 대전 대청댐을 갔고, 차 안에서 강요로 성관계를 했단다. 김씨의 당시 나이는 22세, 설정스님의 나이는 46(호적상 나이 42세)세였다. 김씨는 이후에도 설정스님과 한 차례 더 성관계를 했고, 임신했다. 그는 설정스님에게 임신 소식을 알렸고, 되돌아온 것은 낙태비용 15만원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이후 가족에게는 몇 달간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고 말하고, 설정스님의 속가 여동생이 빌린 13평짜리 잠실 시영아파트에서 딸을 낳았다고 말했다. 설정스님의 속가 가족들은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나자 태도가 바뀌었단다. 책임을 지겠다고 한 설정스님도 애초 얘기한 작은 형님이 아니라 큰 형님 호적으로 올리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김씨 집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딸의 출산 사실을 알고 부모는 설정스님을 처벌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미혼모가 된 김씨가 부끄럽기도 해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아이는 3살 되던 해까지 이종사촌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친가에서 키우게 됐다.

김씨는 이후 설정스님이 헤어지자고 통보해 억울한 마음에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녹취록에서 “딸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 스님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12년간 몇천만원 밖에 안 줬다”고 분노했다.

MBC PD수첩이 1일 ‘큰스님에게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학력위조, 100억대 부동산 보유, 은처자 의혹 등을 보도했다. 또 교육원장 현응스님과 관련해서도 성추행 및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출처: 해당방송 화면캡처) ⓒ천지일보 2018.5.2
MBC PD수첩이 1일 ‘큰스님에게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학력위조, 100억대 부동산 보유, 은처자 의혹 등을 보도했다. 또 교육원장 현응스님과 관련해서도 성추행 및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출처: 해당방송 화면캡처) ⓒ천지일보 2018.5.2

◆ 전혀 다른 주장… 동일 인물 여부에 촉각
녹취록에 등장한 김씨가 조계종이 공개한 영상 속 김씨와 동일인물인지를 놓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조계종이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며 공개한 영상 속에서 김씨는 자신의 딸에 대해 30여년 전 경북 대구의 한 사찰에서 노스님을 모시고 수행하던 중 한 보살의 소개로 절에 온 김씨 성을 가진 50대 남 신도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자식이라고 말했다. 설정스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부모에게 알릴 자신이 없어 사찰에 다니던 71세 한 보살의 보살핌으로 출산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속가 부모와 수덕사(원담스님, 설정스님)와의 인연이 있어서 당시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에게 입양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설정스님은 부산에 있는 속가 여동생의 집을 소개했고, 입양 후 김씨는 곧바로 외국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영상 속 김씨는 잘 자라고 있을 거로 생각한 딸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입양을 한 가족과 김씨 친가 쪽이 양육문제로 갈등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그로 인해 속가 가족과의 관계 등이 엉망이 됐고, 설정스님과 파양입장을 보이는 양부모에게 화가 난 김씨는 호법부에 조사를 요청하고 법원에 친자소송을 내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해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부모가 아닌 설정스님 속가 형에게 호적이 올라간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설조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도현스님은 기자회견을 열고 1999년도에 설정스님의 은처로 지목된 김○정씨와 나눴던 대화내용이라면서 언론에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천지일보 2018.7.2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설조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도현스님은 기자회견을 열고 1999년도에 설정스님의 은처로 지목된 김○정씨와 나눴던 대화내용이라면서 언론에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천지일보 2018.7.24

◆“목숨 건 설조스님 단식에 발걸음 움직였다”
기자회견에서 도현스님은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고, 설정스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녹취를 공개하게 됐다”며 “설정스님은 결단을 내려주시고, 설조스님도 생명을 위해 단식을 멈춰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쓴 설조 노스님의 단식을 보고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녹취만 들어서는 김씨가 맞는지 불분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김씨와 나눈 대화임은 틀림없다”며 “그때가 선방 스님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차담을 나누기로 약속한 날인데 김씨를 만나느라 불참해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 녹취록은 의혹을 검증하고 있는 교권자주수호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이 공개한 영상 속 김씨와 도현스님이 공개한 녹취록 속 김씨의 주장이 서로 다른 가운데 종단과 개혁 측의 진실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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