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국군 기무사령관이 출석했다. ⓒ천지일보 2018.7.24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국군 기무사령관이 출석했다. ⓒ천지일보 2018.7.24 

‘위수령 잘못 아냐’ 발언 보고서 공개로 논란 2라운드
국방부 “사실 아닌 첩보사항 보고 행태, 개혁 필요 증거”
송 장관 개혁 추진에 위기감 느껴… ‘집단적 저항’ 분석도
민주당과 한국당, ‘계엄 문건’ 놓고 프레임싸움 치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사이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송 장관의 발언 진위를 놓고 양측이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 가운데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세간의 이목이 하극상 논란과 함께 백주대낮의 ‘혈투’를 연상케하는 두 기관의 진실공방에 집중되면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의 위법성 여부라는 사태의 본질은 다소 흐려지는 형국이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 공방은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이 25일 오후 상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보고서를 여야 국방위원에게 제출하면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민 부대장이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7월 9일 국방부 간담회 당시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법적 검토 결과 문제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위수령 잘못된 것 아냐” 발언… 국방부 “사실 아냐”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엔 실제로 지난 9일 국방부 실국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라고 한 발언이 기재됐다. 보고서는 민 부대장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국방부는 해당 보고서 내용이 허위라며 보고서상의 송 장관 발언 내용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송 장관 역시 전날 국방위에서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국방부는 특히 민 부대장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기무사 상부에 보고한 행태를 가리켜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며 역공을 가했다.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7.24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7.24

현재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경위와 목적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가 ‘난투극’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는 것을 두고 기무사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 장관이 그동안 기무사 개혁을 추진해온 상황에서 계엄 문건으로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기무사가 사생결단식 저항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진실을 말했고, 거짓을 말했는지는 특수단 수사 결과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 진실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정치권의 ‘프레임싸움’ 역시 가열되고 있다. 문건의 성격 자체를 쿠데타 시도와 내란음모로 규정하는 여당과 달리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문건 처리 과정의 진실공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사건 본질은 문건 그 자체”

계엄령 문건을 토대로 대야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문건 논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의 보고 관련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논란의 본질이 문건 작성 배후에서 문건 처리 과정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추미애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령 문건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군대와 불법을 동원했던 12.12 쿠데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2017년 12.12 버전이라 할 것”이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역 국회의원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국회의 계엄해제권을 무력화시키는 초헌법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안이 송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는 것과 관련해선 “마치 현재의 국면을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게임인 것처럼 전개하면서 심지어 현 국방부 장관의 개혁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양상”이라며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가리키는 손가락이 굽었느니, 삐딱하다느니 하는 격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작년 3월 기무사의 계엄문건 작성 경위가 아닌,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가 사후 보고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만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기무사 문건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의 진실공방으로 몰아가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왼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천지일보 2018.7.24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왼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천지일보 2018.7.24

◆한국당 “하극상, 국군 초유 사태”

이와 달리 한국당은 국방부의 문건 보고 과정의 논란에 초점을 맞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등 사이에 벌어진 진실공방에 대해 “추태와 하극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부하들로부터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하극상을 당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군 초유의 사태”라며 “기강이 무너진 국군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문건이 어떻게 3달 넘게 묵혀져 있다가 청와대가 나서 특수단까지 구성해야 할 문건이 되었는지 의구심만 커지게 됐다”며 “송 장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청와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공방은 특수단 수사가 끝난 뒤에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날 회동에서 특수단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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