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아타프주의 마을이 24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와 수십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출처: 뉴시스)
라오스 아타프주의 마을이 24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와 수십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출처: 뉴시스) 

SK건설-라오스 주장 엇갈려

SK건설 ‘축소 해명’ 논란 일어

‘범람→일부 유실’로 말 바꿔

사고 4일전 댐 11cm 침하 발생

부실시공 땐 ‘韓 건설’ 치명타

향후 피해보상 범위 쟁점될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라오스 댐 사고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 보조댐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마을로 쏟아지면서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태의 원인을 두고 라오스 정부와 SK건설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라오스통신은 현지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보조댐이 붕괴(collapse)했다고 보도했고, 외신도 이를 그대로 따라갔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서력발전소의 보조댐 하나가 무너져 범람한 50억톤가량의 물이 댐 아래에 있는 마을을 덮치며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라오스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반면 SK건설은 폭우로 강이 범람하면서 댐 상부가 일부 무너졌다는 자연재해로 해명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이어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본 댐 2개와 보조 댐 5개 중 보조 댐 한 곳의 상부 일부가 유실됐다는 게 SK건설 측의 주장이다.

SK건설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평소의 3배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보조댐 5개 가운데 1개가 범람했다”면서 “범람으로 댐 상단 일부가 유실됐지만 붕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SK건설 측은 붕괴가 아닌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 후 일부 보조댐 유실로 상황을 파악한 상태다.

하지만 사고 초기 ‘붕괴’가 아니라 단순히 물이 넘친 ‘범람’이라고 주장하다가,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유실’이라고 정정하는 등 SK건설의 대응이 사태를 축소하거나 책임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에서 사고 4일 전 침하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7월 20일 새남노이 저수지 조성을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 중 하나가 폭우로 11cm 침하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각) 댐 중앙에 약 11㎝의 침하가 있었고, 22일 댐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 이어 23일 오전 11시에 댐 상단부에 1m 침하가 발생하자, 공사를 총괄하는 합작법인(PNPC)가 주정부에 대피안내 협조를 요청했다.

김 사장은 “23일 오후 2시 30분 보수 장비가 현장에 도착해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지만, 침하 가속화 기미가 보였고 댐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SK건설이 설명한 사고 경위에는 지난 20일 11㎝ 침하가 발견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SK건설의 부실시공에서 비롯됐다고 판명될 경우 아시아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올려온 국내 건설사들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댐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사업자는 PNPC로, SK건설이 25%, 한국서부발전이 25%, 태국 RATCH가 25%, 라오스 LHSE가 24%의 지분을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발전용량은 410㎿, 사업비는 10억 달러이며, 공사비는 7억 1600만 달러다.

지난 2013년 11월 착공해 내년 2월 준공을 앞두고 본 댐 2개를 완공한 후 보조 댐 5개 중 5번째 댐이 시공 중에 있었다. 이달 기준 공정율이 92.5%로 내년 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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