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현 변호사)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여부에 대해 미묘한 발언을 해 정치권 내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지휘했던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 5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라며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박 전 회장의 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도 최소한 1만 달러를 박 전 회장한테 받았다. 솔직히 말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여럿 정도가 아니라 많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여야 간 연일 공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이 전 중수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연차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현재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날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는데, 누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특히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부라면 진실을 꼭 밝혀야 한다”며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6일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중수부장은) 할 말이 있으면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와서 하고,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시비를 가리고 의혹을 해소하는 데 나서줄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에서 이미 차명계좌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바가 있기 때문에 조현오 청장에 대해서 수사하고 처벌만 하면 된다”며 현재로서는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전 중수부장은 한나라당에 부회뇌동 해 전직 대통령과 유가족을 다시 한 번 모독하는 패륜적 행태를 중단하기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망자에 대한 예의도 잊고 정치적 계산만 앞세워, 차명계좌 특검을 만지작거리는 한나라당은 여론 물타기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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