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일제 침략에 맞서 조선인과 중국인이 손잡고 만주 일대에서 벌였던 6년간의 항일투쟁이 중국의 '항일투쟁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흑룡강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리민(李閔.86) 전 헤이룽장(黑龍江)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30여년간 일관되게 내세운 '항일투쟁 역사는 8년이 아니라 14년'이라는 주장을 중국 관영 매체들이 최근 인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해방군보(解放軍報)가 지난달 20일 항일전쟁 승리 65주년을 조명하면서 '14년의 항일투쟁'이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2일 '14년 동안 전 민족이 참여한 항일전쟁은...중국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었다"고 보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부터 일제가 패배해 물러간 1945년까지를 공산당의 항일투쟁사로 규정, '8년 항일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이에따라 1931년 만주사변 발발 직후 '동북항일연군(聯軍)'을 공동으로 조직, 만주 일대를 누비며 6년간 일제에 항거했던 조선인과 중국인들의 투쟁은 자연스럽게 중국 공산당의 항일투쟁사에서 제외돼왔다.

고(故) 천레이(陳雷) 전 헤이룽장성장의 부인으로, 만주사변 발발 직후 동북항일연군에 가입해 항일투쟁에 나섰던 리 전 부주석은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공산당이 당의 주력군이었던 신사군(新四軍)과 팔로군(八路軍)의 항일투쟁에만 초점을 맞추자 동북항일연군의 투쟁도 항일투쟁사에 반영시켜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중국 관영 매체가 '14년의 항일투쟁'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리 전 부주석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동북항일연군의 활동이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항일투쟁사에 포함됐음을 의미한다고 흑룡강신문은 분석했다.

동북항일연군은 일제 침략에 맞서 만주에서 활동하던 조선과 중국의 항일 세력들이 공동으로 결성한 항일 무장단체로, 헤이룽장과 지린 등 동북지방에서 활약했다.

김일성 전 주석 등 북한 정권 수립 주도 세력들도 동북항일연군에서 활약했고 천 전 헤이룽장성장과 리 전 부주석 부부는 이 단체에서 활동하며 김 주석과도 두터운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성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친자식처럼 돌봤으며 김 위원장도 천 전 성장이 2002년 병석에 눕자 해마다 새해 선물을 보내고 2006년 그가 89세의 일기로 사망하자 조문을 전달, 애도를 표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의 김 주석 항일 유적지를 돌아본 것도 천 전 성장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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