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병가 못 내면 인권문제”
경기도 “차별 있으면 시정요구”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병가조례는 무용지물이고, 아프면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11개월짜리 비정규직이라 정규직과 차이는 이해하지만, 차별은 말이 안 됩니다.”
25일 경기도청 비정규직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씨가 “도청 내 비정규직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6월말 현재 경기도청 공무원 3881명 중 401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파견 용역근로자는 현재 296명이 남아 7.6%수준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경기도청 내 빚어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사례로 ▲채용 시 근무조례를 고지하지 않음 (기간제, 공무직) ▲유명무실한 병가신청 조례 ▲호봉이 올라도 수당인상은 1년에 몇 천원에 지나지 않음 ▲타 공공기관에 재직한 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음 ▲초과근무 수당 배제하는 분위기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 급여내역 노출 등을 들었다.
도청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째 근무 중인 김선희(가명, 40대)씨는 비정규직의 실상을 꼬집었다. 그는 “병가신청 조례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아프면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차 심부름은 당연히 비정규직 여직원 몫이며, 근무 중 행정망에 기안을 올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들 읽어보라는 공람조차 열람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근무자가 병가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차별을 넘은 인권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어 “비정규직을 없앨 수 없다 해도 처우개선 등 차별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쉽게 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운용상 개선해야 될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 실현가능한 로드맵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법을 만들 수는 없으나 정책을 제안 할 수는 있다. 당사자가 목소리를 어떻게 내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개선 방법은 합법 기구 노조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 2명 이상이면 노조를 만들 수 있다”며 “노사 협의회를 통해서 상의하는 방식, 노조를 통해 하는 방식이 가장 적합하고 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경기도는 도청 내 비정규직 차별 논란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문제없다”면서도 “이재명 신임지사가 비정규직 차별철폐 의지를 가진 만큼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구은주 경기도 노동정책과 주무관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병가 신청이 가능하고, 1년 이상 근무 시 유급 병가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병가조례 유명무실에 반박했다. 또 “근무조례는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고, 호봉문제는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해 예산으로 지급하다보니 여의치 않지만, 매년 개정한다”고 말했다.
구 주무관은 “초과근무 수당이나, 급여명세서 노출 건 등은 공식적인 루트인 공무직 협의회가 있고 분기마다 개최하고 있으니 그곳에 시정해달라고 건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상수 경기도 공보 팀장은 “(이재명 신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비정규직을 공무직으로 전환시킨 사례를 봤을 때 경기도청도 곧 인사조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임지사는)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차별 없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선7기 출범 한 달도 안 된 만큼 조금 더 기다려 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