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27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실체 규명 등 성과

새로 찾은 디지털증거로 드루킹 일당 추가기소

의혹받던 노회찬 갑작스런 별세에 특검팀 ‘당혹’

남은기간 30일… 김경수, 송인배 등 조사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차 수사 기간의 반환점에 다다랐다. 특검팀은 전반기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내용들을 토대로 드루킹 댓글조작에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빠르게 밝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공식 수사를 시작한 특검팀은 이달 26일 출범 30일차를 맞는다. 이젠 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1차 수사 기간 60일의 종착역까지 절반만이 남았다.

특검팀은 그간 경찰·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드루킹 댓글조작과 정치권 인사에 대한 불법 자금공여 의혹을 양축으로 삼아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했다.

모든 의혹 한 가운데에 있는 드루킹을 5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을 지속적으로 소환해 본격 수사 전 기초를 다잡는 데 시간을 들였다.

경공모 핵심 회원 도모(61) 변호사와 네이버 등을 압수수색해 28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디지털포렌식 증거 자료도 찾았다.

해당 자료들은 A4 용지로 출력할 경우 63빌딩 1만개와 맞먹는 약 2800㎞ 높이의 분량이다. 특검팀은 이중 30~35%를 차지하는 암호화 자료에 대해 중요한 키워드를 패턴화해 대입하는 방식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해독 중이다.

지난 30일 동안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여론조작에 사용한 댓글 자동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구동 원리 등 이들이 사용한 범행 도구의 실체를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첨단수사 전문 인력을 다수 투입한 특검팀은 작동 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킹크랩 1’과 휴대전화 없이 아마존 서버를 이용하는 ‘킹크랩 2’를 드루킹 일당이 가동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특검팀은 지난 20일 드루킹 등 구속 피의자 4명이 킹크랩 2를 활용해 수많은 댓글조작을 한 사실을 적발해 추가 기소했다.

댓글 22만 1729개에 총 1131만 116개의 공감·비공감을 기계적으로 클릭한 혐의인데 이는 킹크랩 1을 통해 댓글 1만 6000여개에 184만여건을 클릭했다는 기존 범죄사실을 크게 상회하는 양이다.

특검팀은 킹크랩 1에 사용됐다고 추정하는 휴대전화 21대와 유심케이스 53개를 경찰이 이미 두 차례나 압수수색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새롭게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앞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특검팀과 비교해 부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고(故)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장례 이틀째인 24일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권 인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조문객은 3000여명 이상이다. ⓒ천지일보 2018.7.24
고(故)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장례 이틀째인 24일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권 인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조문객은 3000여명 이상이다. ⓒ천지일보 2018.7.24

자금추적을 통해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인지한 것은 전반기 특검팀 활동의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분석된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가 경찰에 위조 증거를 제출해 무혐의를 받아낸 사실을 파악하고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시작했다.

노 의원에게 불법 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도 변호사를 긴급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특검팀은 지난 23일 갑작스런 노 의원의 투신 사망소식에 당초 예정했던 도 변호사의 소환 일정을 취소하는 등 수사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특검은 노 의원의 별세에 즉각적으로 깊은 애도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후 특검팀은 드루킹이 금전을 미끼로 노 의원이나 정의당 인사들에게 협박성 요구를 한 사실이 없는지 끝까지 파헤친다는 계획을 밝히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드루킹을 ‘정치 브로커’로 보고 이 같은 일을 엄단하는 것이 특검팀이 출범한 근본 이유라는 판단에서다.

특검팀은 남은 후반기 30일을 총력을 다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 수사에서 특검팀이 가장 집중할 내용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연루됐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킹크랩의 시연회를 보고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는 의혹과 그 대가로 드루킹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받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의혹 규명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연결시켜주고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한 도 변호사를 직접 면담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앞선 경찰의 압수수색이 부실했다는 논란을 비롯해 드루킹이 지난 4월 17일 경찰 조사에서 송 비서관의 이름을 진술했음에도 경찰청장이 이를 한 달 넘게 보고받지 못한 점 등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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