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예배와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 및 MOU체결식이 진행됐다. 네트워크를 맺은 각 단체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19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예배와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 및 MOU체결식이 진행됐다. 네트워크를 맺은 각 단체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6.19
지난 23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천지일보 2018.7.25
지난 23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천지일보 2018.7.25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교위드유센터

배타적 토양 때문에 인적 자원 분산됐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안에서 미투에 동참하고 성폭력에 반대하는 기독교 전문 단체가 잇따라 두 개가 설립됐다. 한국교회 내 성폭력 전문 기관이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개의 지원 단체 탄생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2개의 단체가 만들어진 배경에 한국교회의 배타심도 한 몫 작용한 것으로 분석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3일 개신교 진보진영 단체 인사들이 모여 구성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개소를 알렸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센터는 한국 기독교의 반성폭력 문화 확산과 인식개선,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 제도개선, 연대와 협력을 통한 기독교 반성폭력운동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종운 이사장은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이 터져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문화된 기독교 성폭력 상담과 함께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까지의 다양한 차원의 지원활동(의료‧법률‧정책)이 필요하다”고 센터 설립 취지를 밝혔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문제해결을 돕고, 인권 보호와 성폭력 피해자의 역량 강화 도모 ▲교회권력 감시 및 법제화를 위한 노력 ▲성폭력 개념 법제화와 성폭력 예방교육 등 관련조치에 대한 규정 마련 ▲성폭력 조장 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 꾀할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다양한 매체 활용한 신속한 이슈 대응 통해 반성폭력 사안들을 시의 적절하게 알리고 활발한 참여 도출 등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이메일이나 전화, 면접 등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진행하고 의료지원-심리치료원-법률지원을 비롯해 교회 재판 지원, 성폭력 피해자 치유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해 한국교회 성인지‧성폭력 인식조사 및 현황 연구, 재판 판례 분석, 교회, 교단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사건처리 매뉴얼 개발 연구, 가해자 징계 절차와 원칙에 관한 연구 등 ‘연구조사’와 교회 및 교단별 성정책 현황파악, 성폭력특별법 제정 및 헌법 개정 운동 등 ‘정책감시 및 입법 활동’ 등 계획도 밝혔다.

센터는 이사회와 신학‧상담‧법률‧교육 등 분야별 영입을 맡은 자문위원회, 전반적인 사업을 실행에 옮기는 사무처 등으로 구성됐다.

이사장에는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가 선임됐다. 이사는 윤경아 센터장(YMCA서울아가야 센터장,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윤선주 상담사(군인권센터), 정신실 작가(영성심리 상담가), 김애희 센터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이 맡았다. 협력기관으로는 기독법률가회 여성위원회(위원장 장승희)와 한국누가회 소속 채정호 교수 등이 거론됐다.

센터의 이같은 방침은 앞서 지난 6월 19일 설립된 기독교위드유센터와 활동 내용이 상당히 겹친다. 기독교위드유센터도 미투운동에 동참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주요 단체와 MOU도 체결하는 등 의료‧심리치료‧법률 등 지원을 다짐했다.

법무법인 이강 문진성 변호사를 자문 변호사로 위촉됐다.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식에는 기독교위드유센터 대표 이진혜 집사,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최정원 한의사, 한국교회법학회 사무국장 정재곤 법학박사, 한국정신분석협회 부회장 김순종 정신분석전문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가 참석하는 등 탄탄한 인프라 구성을 자랑했다.

비슷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으로 같은 일을 계획하고 있지만, 두 단체의 접점은 없어보인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중요시 여기는 이 두 단체는 왜 연계하지 못하고 각각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한 교계 매체의 보도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 직후 개신교계 모 언론은 센터를 향해 날을 세웠다.

소위 개신교 주류 교단에서 이단으로 평가하는 베뢰아 김기동 목사의 반대측 교인들이 ‘미투&위드유’ 운동에 편승해 정통교회에 편입하려 한다는 배타적 성향이 담긴 기사였다.

이 매체는 “교회 내부 갈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김기동 목사를 반대하는 측(성락교회개혁협의회)서 미투 운동에 편승해 어영부영 한국교회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시도를 해 한국교회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주류 교단들이 만들어놓은 ‘이단 잣대’에 걸리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을 해도 함께하지 않겠다는 배타적인 한국교회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기사다. 이같은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토양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단체도 하나가 될 수 없게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결국 미투 피해자를 돕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할 한국교회의 인적 자원이 타 교단을 향한 배타적 인식 때문에 분산된 것으로 읽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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