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연령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된 세계가 인정하는 IT, 스마트폰 강국이다. 스마트폰 강국의 이면에는 약 2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이 숨겨져 있다. 지난주 시작된 여름방학으로 부모들의 고민과 자녀와의 갈등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한국 언론 진흥재단이 전국 청소년 2291명을 대상으로 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이용시간은 평일 100분이지만 주말이나 방학에는 113분으로 늘어났다. 학기 중보다 방학 중에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점점 증가해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폭증하지만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생의 학습과 정신건강을 책임져야 할 교육당국은 ‘학생인권’ 운운하며 그 책임을 일선학교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탓이다. 교육청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느냐, 마느냐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개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교육청이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보이니 교사들도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려다가 학생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선진국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교육적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을 외면하고 교육당국은 학교별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종 공지를 안내하고 과제를 제출하도록 해서 오히려 공교육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부추긴다.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시키려 해도 학교가 협조 해주지 않으니 학부모들은 난감하다.

학부모들은 “정말 속상하다. 고교생 엄마인데 항상 들고 다니며 눈을 안 뗀다. 정말 삼성 애플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나라는 잠재적 큰 재앙을 품고 사는 거 같다. 집집마다 스마트폰 때문에 난리 안 나는 집이 없다. 술보다 스마트폰이 더 해롭게 느껴지는데 술은 미성년자한테 안 팔면서 스마트폰은 왜 팔까? 미성년자는 휴대폰 소지 금지하는 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각에 민감한 휴대폰을 자주 보면서 독서하는 모습도 사라지고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앞날이 걱정 된다. 스스로 휴대폰 보는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라 옆에서 바라보는 엄마가 속 터져 죽을 것 같다. 초중고생의 스마트폰 사용은 프랑스처럼 국가에서 금지해야 한다”라고 하소연 한다.

반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부모의 욕심에 휘둘려 학교에서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리는 학생들의 유일한 낙이 스마트폰과 게임인데 그냥 두자. 20여 년 전 컴퓨터가 처음 보급됐을 때도 스마트폰 못지않게 우려의 말이 나왔지만 지금 지나보니 큰 문제가 없다. 4차 산업시대에 사용을 금지하면 그 아이들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도태된다. 자기조절능력이 없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잘 조절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는 학생들마저 휴대폰 사용권한을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변화된 교육을 하자. 스마트폰의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만 바꾸면 된다. 약이 부작용이 있으면 그 약의 부작용을 없앨 생각을 해야지 약 자체를 없애는 것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성장기가 끝날 때까지는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가장 안 좋은 점이 급격한 시력 저하와 목 디스크, 굽은 어깨, 뇌 전두엽 성장 방해 등 성장기 발육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변화에 따라 바뀐 새로운 문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음주나 흡연처럼 중독성이 있어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최소한 학교에 등교한 시간만이라도 학생인권을 떠나 스마트폰 사용을 막는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 자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무조건 자유를 주는 게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해야 할 곳과 사용하지 않아야 할 곳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무분별한 사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어른이 아이의 미래를 망치고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한다. 청소년기 스마트폰 중독은 어릴 적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아이를 키울 때 무턱대고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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