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1
[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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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난을 겪은 어린 황제는 환궁을 하여 하태후를 대면하고 모자가 끌어안고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다. 성 밖에 군대를 주둔시킨 동탁은 날마다 철갑을 입은 군마를 거느리고 성 안을 안하무인처럼 질주를 하니 백성들이 불안해했다. 동탁은 사위 이유와 은명원에서 잔치를 베풀고 백관들을 소집한 후에 황제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동탁은 은명원에 크게 잔치를 열고 만조백관을 청했다. 백관들은 동탁의 말을 거스르지 못해 모두가 모여 들었다. 동탁은 백관들이 함빡 모인 자리에서 거드름을 부려 천천히 말을 타고 대궐로 들어가 원문 앞에서 말을 내렸다. 그는 칼을 찬 채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모든 백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탁을 맞이했다. 풍악은 자지러지고 술이 돌기 시작했다. 동탁의 기세는 천자를 능가할 지경이었다.

술이 서너 순배 돌았을 무렵이었다. 동탁은 풍악을 멈추게 했다.

“잠깐 풍악과 술을 멈추어라. 내가 만조백관께 한 말씀 할 말이 있다.”

그 소리에 풍악이 멈추었고 모든 백관들이 동탁이 무슨 말을 하나 하고 귀를 기울였다.

“천자는 만백성의 주인입니다. 위의가 없으면 종묘와 사직을 받들 수 없는 법이외다. 금상께서는 나약하시어 진류왕의 총명호학 하시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금상 폐하를 폐하고 진류왕으로 대위에 나가시게 하려 하니 모든 대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백관들은 동탁이 두려워서 감히 한마디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있을 때 좌상에서 한 사람이 탁자를 밀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불가! 불가하다. 너는 도대체 어떤 자인데 감히 그런 엄청난 소리를 지껄이느냐? 천자는 선제의 적자로서 추호도 허물이 아니 계신데, 망령되어 폐립을 의논하느냐? 너는 천추의 역적이다.”

동탁이 바라보니 형주자사 정원이었다. 동탁은 성난 눈으로 정원을 흘겼다. “나를 따르는 자는 살 것이오. 거역하는 자는 죽이리라.”

말을 마치자 동탁은 칼을 빼어 정원을 찌르려 했다. 그때 동탁의 모사 이유가 보니 정원의 등 뒤에 한 사람의 장수가 서 있는데 눈은 초롱초롱하고 젊은 얼굴에 위풍이 당당했다. 손에는 방천화극을 들고 동탁을 잡아 삼킬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유는 두려웠다. 급히 동탁의 앞으로 나갔다.

“국가 대사를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의논하실 일이 아닙니다. 내일 도당에서 공론에 부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동탁을 그 말에 칼을 내려놓았다. 주위의 대신들이 정원을 권하여 먼저 돌아가게 했다. 정원이 자리에서 빠져 나가자 동탁은 다시 백관들을 향해 물었다.

“어떠하오. 내 말이 공도(公道)에 어긋나오?”

그때 노식이 점잖게 말을 꺼냈다.

“영감 말씀이 그르오. 옛날 은나라 태갑이 무도하므로 정승 이윤이 동궁으로 내치었고, 한나라의 창읍왕이 왕 위에 오른 지 겨우 27일에 3천여조의 죄를 범하므로 곽광이 태묘에 고한 후 폐위를 시켰소이다. 당금의 천자께서는 연치가 비록 어리시다 하나 총명하시고 인자하시어 털끝만한 허물이 없으신데, 영감은 본시 외방의 한 개 태수로 국정에 참여한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윤과 곽광만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 어찌 감히 폐립하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시오. 옛날 성인의 말씀에도 이윤 같은 뜻을 가졌다면 가하거니와 이윤 같은 뜻이 없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역적이라 하였소. 만약 영감이 이 일을 강행한다면 천하를 뺏는 역적이 되리라.”

노식의 말은 정정당당하고 조리가 있었다.

역적이라는 말에 동탁은 화가 꼭두까지 뻗쳤다. 그는 또 다시 벌떡 일어나 칼을 빼어 노식을 찌르려 했다. 의랑 벼슬의 팽백이 얼른 동탁의 칼을 막고 말했다.

“노 상서(尙書)는 천하의 인망이 높으신 분 올시다. 오늘 이 분을 위해한다면 천하의 물론이 클 것입니다.”

동탁은 그 말에 들었던 칼을 내려놓았다. 사도 왕윤이 나섰다. “국가 대사는 술좌석에서 의논할 것이 못되오. 다음 날 따로 의논하도록 합시다.”

왕윤의 말에 모든 백관들이 자리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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