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8.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8.7.23

특유의 입담으로 진보정치 이끌던 기둥

불법정치자금 수수 인정 도덕성 상처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3일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하며 내린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정치권은 물론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각종 토론과 대담에서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해줬던 그였기에,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그였기에, 특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올바른 정치를 외쳤던 그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노 원내대표의 비보가 최근 지지율 10%대에 접어들며 약진을 하던 정의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을 앞질러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정당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21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드디어 한국당과 골든크로스를 이뤘다”며 “지금의 지지율을 지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취임 초부터 문재인정부에 대해 지원과 채찍질을 동시에 하는 ‘개혁의 견인차’ 역할로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원내대표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특검 수사를 통해 불거지면서 정의당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노 원내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 반납과 폐지 등을 앞세우며 정의당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온 만큼 그를 둘러싼 의혹만으로도 당 안팎은 술렁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와 심상정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와 심상정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3

정의당 지도부와 의원단은 “노회찬을 믿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당원들은 ‘노회찬 출당’ 논의를 공개적으로 주고받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 자신도 이런 전후 사정에 큰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유서에서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드루킹을 모르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던 노 원내대표가 결국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은 도덕성 측면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에서 정의당으로 이동한 지지자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정의당 지지층이 전보다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원내대표의 출당까지 거론하던 당원들은 이날 일제히 추모 분위기로 돌아섰다.

그의 투신 사망에 따른 지지자들의 분노가 특검의 ‘표적 수사’로 쏠릴 여지도 없지 않다.

오랜 도전과 노력 끝에 최근 지지율 10% 벽을 돌파한 정의당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더 유지할지, 다시 한자릿수 지지율로 내려앉을지는 그의 죽음이 어떻게 기억되고 추모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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