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아이콘’ 노회찬 별세에 정치권 충격… “한국정치의 비극”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정치권이 23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여야는 최근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던 노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충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애도의 뜻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충격을 드러냈다.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노회찬 의원은 척박했던 90년대 초부터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이었고,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확고한 정치철학과 소신으로 진보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던 고 노회찬 의원의 충격적인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노 의원에 대해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여주셨고, 정치개혁에도 앞장서 오셨다”면서 “촌철살인의 말씀으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은 한국정치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노 의원에 대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의 강고한 벽에 온몸을 던져 항고했던 대한민국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 증인”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의원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신과 초심을 잃지 않고,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를 비판했다. 또한 서민과 함께 가는 정치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했다. 

노 의원이 원내대표로 이끌던 정의당은 예상치 못한 비보에 참담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사태 파악에 분주한 상태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 노 원내대표의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가 있었다”며 “대략의 사실관계는 경찰의 발표와 같다”고 했다. 

이어 “자세한 사항은 파악 중이다. 오후 3시 본청 긴급회의를 연다. 고인과 관련된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정의당 상무위원회의는 노 의원이 빠진 채 이정미 대표 주관으로 진행됐다. 사망 소식 이후 취재진이 몰려들었던 국회 원내대표실은 현재 텅 빈 상태로 있다. 

정의당 홈페이지엔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노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그동안 그 어깨에 짊어지시고 계셨을 무게를 짐작도 못하겠네요”라며 “인생 참 덧없다. 모든 게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앞서 노 의원은 오전 9시 39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밖으로 투신해 1층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 의원은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경찰은 노 의원의 옷에서 나온 유서성 문서 등을 근거로 노 의원이 드루킹 수사와 관련해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