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네 도깨비는 빗자루나 부지깽이, 깨진 사발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일러스트=박선아 기자)ⓒ천지일보(뉴스천지)

뿔 달린 도깨비는 일본 도깨비 ‘오니’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뭔 애가 그렇게 낮도깨비처럼 하고 다녀?” “도깨비에 홀린 것 같아.” “도깨비장난 같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혹은 했을 만한 말이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거나 옷을 요상하게 입은 사람을 보고 ‘낮도깨비’라고 표현한다.

이는 도깨비의 형상이 사람들과는 달리 특이하게 생겼음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한밤중에 갑자기 사람들 앞에 턱~ 하니 나타나 십 년 감수시킬 정도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도깨비에 빗댔을까 생각하면 재미있다.

분명 이 자리에 있었는데 눈 깜빡할 사이에 물건이 사라지거나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느낌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도깨비장난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설화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사람들을 해치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닌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익살스런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물건을 옮겨놓거나, 밤길을 가는 사람들을 날이 샐 때까지 뺑뺑 돌리거나, 씨름 한 판 하자고 붙드는 정도다. 패랭이를 쓰고 한복을 입는 것이 한국 도깨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머리에 뿔 달리고 가죽옷을 입은 무서운 형상의 도깨비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아이들에게 도깨비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머리에 뿔이 달리고 가죽옷을 입고 뾰족뾰족한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한국 도깨비가 아닌 일본 도깨비 ‘오니(おに, 鬼)’의 모습이다. 우리들이 흔히 상상하는 뿔 달린 도깨비는 일제의 잔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일본 도깨비 ‘오니’는 사람 모양을 한 상상의 괴물로 머리에는 뿔이 있고, 긴 엄니(식육 동물의 양 턱에 난 굳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으며 입은 양옆으로 찢어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오니는 원령(怨靈)으로서 잔인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한국 도깨비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옛날 ~”로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오래된 빗자루나 부지깽이, 깨진 사발, 짚신, 망태기 등에 깃들어 사는 것이 다반사다. 옛날 우리네 선조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들에 도깨비가 깃들어 산다는 생각 역시 한국 도깨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설정이다.

또한 이러한 설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온갖 귀신은 민속신앙, 토테미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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