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연대기로 세계사를 훑어가지는 않는다. 책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있다.

책의 재미는 ‘읽는 것’ 자체에 있다. ‘왜 그렇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큰 흥미를 길어 올린다. 특히 이 책에 나온 화젯거리로 대화 중간에 양념을 치면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책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용성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7월과 8월의 명칭은 각각 ‘July’와 ‘August’다. 지중해를 통합한 로마 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영토 내에서 이용되는 달력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로마력’을 만든다. 카이사르는 12달 중 자신이 태어난 7월을 ‘율리우스(영어로는 July)’라고 명한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도 자신의 탄생월인 8월에 자기 이름을 붙여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 영어로는 August)’로 부르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2월’에 관한 일화다. 왜 뜬금없이 7, 8월 말고 2월이냐고? 2월을 28일로 만든 장본인이 옥타비아누스이기 때문이다.

원래 8월은 30일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저의 달’이 ‘옥타비아누스의 달’보다 하루가 길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시샘이 생겼고 결국 7월과 8월을 같은 날로 만들기 위해 2월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는 2월에서 하루를 빼 8월의 마지막 날을 31일로 바꿨고 그 때문에 두 달에 걸쳐 31일이 연거푸 이어지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이번엔 음식에 얽힌 이야기다. 1683년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군대가 3개월에 걸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포위했다. 당시 오스만튀르크는 예전 같은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빈 포위 작전을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 전쟁 와중에 빈의 한 빵집 주인이 큰 수훈을 세웠는데, 그는 적군이 땅굴을 파 폭약을 설치하는 소리를 듣고 신고해 적을 격퇴하는 데 일조했다. 전쟁이 끝난 후 빵집 주인은 오스만튀르크 군의 군기(軍旗)에 그려진 초승달 모양(터기의 국기 문양)의 빵을 굽는 특별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때 탄생한 빵이 초승달 모양으로 구부러진 ‘크루아상’이다. 이를테면 ‘터키를 먹어버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사회의 변동이 점점 빨라지면서 ‘드러난 역사’가 외면당하고 있는 요즘. 매뉴얼적인 발상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대임이 틀림없다. 책은 ‘없는 역사’가 아니라 ‘실제로 있는 역사’를 풀어내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 랜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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