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주=김도은 기자] 나주화훼단지 화재 이후 지난 2월 방문한 나주화훼단지.(왼쪽) 나주화훼단지 화재사건이후 지난 16일 암면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돼있다.(오른쪽) ⓒ천지일보 2018.7.22
[천지일보 나주=김도은 기자] 나주화훼단지 화재 이후 지난 2월 방문한 나주화훼단지.(왼쪽) 나주화훼단지 화재사건이후 지난 16일 암면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돼있다.(오른쪽) ⓒ천지일보 2018.7.22

암면 등 화재 폐기물 5개월째 방치 돼

주민들 “온몸 가렵고 못 자… 피부반점”

나주시 “폐기물, 처리주체 명확하지 않아”

현장 가보니, 덮개 등 임시조치 안 돼

[천지일보=김도은, 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 신곡리 화훼단지 화재 후 폐기물(쓰레기)이 5개월째 방치된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을 호소해 논란이 예상된다.

나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오후 9시 16분께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나주 화훼생산단지(덕음광산) 약 5필지에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농촌환경오염원으로 꼽히는 폐비닐 및 스티로폼, 또한 암면(Rock wool, 미네랄울) 등 비닐하우스 부속물이 불에 탔지만 잔재가 수개월 동안 처리되지 않고 일부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나주경찰 등에 따르면 지상권(철근) 소유주 A씨와 일부 주민이 방화와 폐기물 관리법 위반 의심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불충분으로 5월께 내사 종료돼 화재원인·폐기물 관리법 위반·폐기물 처리 의무자를 규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6일 덕음마을 노인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화재 전에는 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도 이상이 없었는데 불이 난 후로는 온몸이 가렵고 잠자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조덕님(74, 여)씨는 “특히 바람 부는 날에는 붉은 반점이 올라와서 힘들다”며 “피부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와도 며칠 후면 또 가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비닐 재나, 암면 가루가 날려서 그런 것 같고 숨 쉬면 몸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생각에 늘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최근 피부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조씨는 “전체 13가구 중 화재 폐기물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3명이 유사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씨를 진단한 이형일 나주시 공산의원 원장은 “현재로선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주사 외엔 처치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큰 병원에 가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해 볼 것”을 처방했다.

[천지일보 나주=김도은 기자]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의 덕음마을 노인정에서 본지가 만난 주민의 머리 두피가 알레르기로 인해 울긋불긋한 반점을 보이고 있다.(왼쪽)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의 덕음마을 노인정에서 본지가 만난 주민이 진단 받은 알레르기 진단서.(오른쪽) ⓒ천지일보 2018.7.22
[천지일보 나주=김도은 기자]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의 덕음마을 노인정에서 본지가 만난 주민의 머리 두피가 알레르기로 인해 울긋불긋한 반점을 보이고 있다.(왼쪽)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의 덕음마을 노인정에서 본지가 만난 주민이 진단 받은 알레르기 진단서.(오른쪽) ⓒ천지일보 2018.7.22

이처럼 폐기물이 수개월간 방치되는 이유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이곳은 광해방지 사업 관련으로 개인 소유와 국유지 등이 혼합돼 있고 여러 가지 사정상, 폐기물 처리 주체가 불분명해 폐기물을 당장 처리할 근거(법안)가 없다”며 “변호사 자문을 거쳐 빠른 시일 내 해당 소유주에게 철거명령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나주시 관계자는 “암면의 경우, 시료 의뢰 결과 석면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화재 후 관련 6개 과가 처리전담반을 구성해 지난 4월부터 공산 화훼단지 인근 주민 간담회, 주변 마을 배수로와 농경지 폐기물 수거 등을 시행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6일 본지가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폐기물 일부는 제거했지만 여전히 부직포, 암면 등이 방치돼있고, 바람에 날릴 것을 대비한 폐기물 덮개 등 주민의 안전을 고려한 임시 조치는 없었다.

한편 논란이 되는 암면(RockWool)은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나타내는 Group2B에 포함시킨 물질이다.

국내에서 암면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의 대체소재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평상시엔 문제가 없지만 장기 노출 시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동물실험결과 피부나 호흡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호흡기나 피부(가려움 증)에 일시적인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 연구가 있다.

국내에서는 10년 전인 2008년에 충북 영동군에 있는 암면(미네랄울) 공장 인근 주민 중 4명이 폐암, 위암 등으로 사망해 암면 유해성 논란이 있었던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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