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선거 후유증이 컸다. 6.13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선거 후 한 달이 넘어서야 새로운 혁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당 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한국당은 12개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1석을 겨우 건졌고, 18개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도 보수의 심장이라 하는 TK지역 두 곳에서만 시·도지사를 배출하는 등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의석 113석을 가진 제1야당이다 보니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은 한국당이 환골탈태해야 살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선거과정에서나 선거로 몰락한 후에도 계파 간 갈등으로 친박과 비박이 티격태격해왔다. 혁신 비대위 체제에서 잠시 봉합되고 있을 뿐 원천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당 구원 투수로 나선 비대위원장 취임 첫날에 김 위원장이 강원랜드 측으로부터 받은 골프 접대 의혹이 터져 나와 한국당 내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 사건은 지난해 8월 벌어진 일이다.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프로암대회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사회각계 인사를 초청했다. 프로암대회는 골프 선수들의 후원을 위해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로 그 대회 당시 국민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던 김병준 위원장이 강원랜드 사장 초청으로 참가했던 것인데, 이 건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원회에 신고됐고,  그간 경찰청에서 내사가 진행돼 온 것인바, 공교롭게도 취임 첫날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당사자인 김병준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골프 접대 건과 관련해 “난 접대를 받은 게 아니라 초대를 받았을 뿐이고, 김영란법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사자가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당에서도 혁신 비대위원장 선출 첫날, 경찰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을 밝힌 것은 석연치 않고, 정치적 저의가 의심된다며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다. 그렇더라도 공직자 등이 골프접대와 기념품 등 접대 금액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분명한 위법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권익위원회가 최초 신고를 받은 후 경찰에 이첩했고, 현재 이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골프 접대 의혹이 부정청탁금지법 대상이 되며, 또 실정법 위반인가에 대해서는 핵심 문제는 남아 있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 비대위원장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되려면 대학교의 명예교수가 교수의 신분처럼 법상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프로암대회에서 실제 접대 받은 금액이 100만원을 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시 국민대 명예교수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육부령 명예교수직 규칙을 보면 명예교수는 책임과 권한이 없다며 “해당되지 않은 사안으로 비대위원장 내사 사실을 언론에 흘려 공개적 망신을 주는 것은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바. 지난해 8월에 김병준 위원장이 교수직이었는지 명예교수로 재직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또 골프 접대 의혹 사건에서 강원랜드 함승희 전 사장은 초청자에 대해 “다 합쳐 60여만원밖에 되지 않아 (부정청탁금지법) 위법이 아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당일 참가한 초청자가 골프비, 기념품, 식사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118만원가량을 접대 받았다는 제보 내용을 토대로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 중에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신분이 정식교수냐, 명예교수냐에 달려 있고, 또 접대 금액이 60여만원인지, 118만원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골프마니아가 증가하고 골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골프대회는 국내외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이든 KLPGA에서든 프로암대회가 있기 마련이고 프로골프계에서 이미 관습화돼 있다. 프로선수들이 정식시합을 하기 전에 초청된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 즉 아마추어 골퍼들과 함께 라운드를 도는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프로대회의 타이틀 스폰서가 VIP를 초청해 진행되고 있으니 골프 분야의 특권인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강원랜드 사장 초청으로 프로암대회에 참가했고, 골프 한번 치고 식사하고 기념품을 받아온 상식선의 정도일 것이다. 비단 김 위원장 말고도 그날 초청된 인사 20여명도 그렇게 알고 있겠지만 수십만원 상당의 그린피와 카트비, 식비와 숙박비뿐만 아니라 고가 기념품이 제공되는 프로암대회에 대한 국민 시선은 고울 리가 없다. 취임 첫날부터 불거진 김병준 위원장 골프 접대 의혹은 한국당이 새로운 혁신적인 가치를 정립해 환골탈태해야 하는 마당에 구정물이 쏟아진 격이다. 자칫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원성이 따르기 십상인데, 공개적 망신을 주는 것인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인지 두고 보면 명확히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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