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선언과 6.12싱가포르선언 후 전 세계는 당장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빠져 있었다. 눈앞에서 적국이던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껴안는 모습에 감격하고, 북한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북미회담 한 달이 넘도록 가시적인 성과나 진전이 없는데다, 트럼프 대통령마저 ‘장기적 비핵화’로 대북정책을 선회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최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가 아닌 ‘핵 있는 평화체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아울러 판문점선언이나 싱가포르선언 어디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명기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고 기술됐다면서 ‘두루뭉술’한 두 선언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북한의 전략적 수정을 이끈 것은 한미의 성과지만, 북한을 알면 알수록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북핵 포기가 아니라 북핵을 인정하되, 북이 핵을 가지고 한반도와 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4.27회담 이후 대남비방을 자제하던 북한이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기획탈북에 대해 남한 정부가 관련자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방치하면 이산가족 상봉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북미 관계를 방관하고 있는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 북미 정상이 진행한 역사적 두 선언이 ‘빈껍데기’ 쇼가 될 여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핵심 무기인 ‘핵’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 역시 대북제재로 경제 압박이 극에 달해 국제사회 공조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먼저 손을 내민 우리 정부가 이런 북한의 특수성을 간파한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북정책’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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