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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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탑이 무너지는 꿈을 꾸곤 한다. 실컷 쌓아 올린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 왔지만 그것이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게된 것이다. 열심히 살면 되겠지 생각했던 것이 생각과 행동을 굳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 속에서 뒤를 돌아 볼 시간도 없이 옆 사람을 곁눈질하며 덩달아 달렸던 것은 아닌지?

오를 수 있는 것은 오를수록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오르는 것으로 수반되는 난관은 그것을 극복한다는 쾌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오를수록 만족감을 주는 것이 틀림없다. 옆 사람이 한사람씩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점점 멀어질 때쯤이면 혼자 남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올라갈수록 커지는 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를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생긴다면 뜻이다. 

갈 곳 없는 곳까지 가서 혼자의 승리를 맛보는 것 보다, 여럿이 모여 있는 곳은 당연히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탑을 거꾸로 세우면 평평하고 넓은 곳이 높아진다. 올라갈수록 넓은 공간이 생긴다. 양쪽이 꼭대기인 탑도 생각해보면 재미있겠다. 경계가 모호한 탑이 될 것이다. 거꾸로 세우거나 똑바로 세우거나 경계에 있는 것들은 흥미롭다. 그 경계만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좋아 경계의 것들을 좋아하게 된다. 만사형통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새로움의 연속인 삶에서는 똑바로 세워도 거꾸로 세워도 새로움이 샘솟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거꾸로 보았을 때 똑바르기도 하고 바로 보았을 때 거꾸로이기도 한 세상이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어떤 의견을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 입장에서는 의심되는 일이다. 하지만 경직된 자세를 풀고 스스로를 의심해보는 것은 그만큼 재미있는 일이 생길 여지를 주는 것이다. 지구에서 밤하늘을 보면 밤하늘이 돌고 있지만 사실은 지구가 열심히 돌고 있다. 어떻게 인간이 모든 것을 항상 이해하면서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지만 진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흥미로울 것도 없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다.

오늘은 맞다고 생각한 것이 내일은 또 틀릴 수도 있다. 항상 옳은 것이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어른이 된 지금도 궁금해진다. 세상이 항상 궁금한 것 천지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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