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보좌관, 잘 만나고 간다”
구체적 논의 내용 언급 자제
한미 외교·안보 라인 대북 공조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해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면담 후 2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정 실장은 이날 낮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국내 한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과의 면담에 대해 “잘 만나고 간다”라고만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종전선언과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이루는 것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공유하고 이후 협상 방향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1박 2일 워싱턴DC 방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4일에 이어 77일 만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핵심으로 한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방문 중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애초 북미 대화의 동력 확보를 위한 모멘텀 마련 차원에서 정 실장을 파견했을 수도 있다. 볼턴 보좌관과의 면담에서 연내 종전선언 및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핵심 의제로 거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가를 대상으로 한미 공동 브리핑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과 대화 협력을 위해 요구되는 부분에서는 제한적 제재면제를 요구했다.
이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회동 전날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도 회동하면서 한미가 외교·안보라인의 회동으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다만 북미 정상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까지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했지만, 북미정상회담 후에는 북한과 미국으로 완전히 ‘공’이 넘어간 모양새여서 문 대통령의 행보가 한층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