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가 부활했다” 비난 이어져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유명환 외교통상부(외교부) 장관은 자신의 딸이 외교부 계약직에 특별채용 된 후 특혜논란이 불거지자, 딸이 응모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채용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 장관의 딸인 현선 씨는 지난 7월 1일 외교부에서 공고한 통상계약전문직 공무원 특채 1차에 응시했으나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응시한 나머지 7명도 자격미달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7월 16일 재공고를 했고, 2차 시험에 응시한 6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거쳐 유 장관의 딸을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유 씨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3년 동안 계약직으로 외교부에서 근무하다가 결혼을 앞두고 사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외교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공직자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현대판 음서제도가 부활했다’ 등의 유 장관과 외교부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면접에 참여한 심사위원 5명 중 외교부 관계자가 2명이라는 것과, 별도의 필기시험 없이 서류 및 면접만으로 채용이 이뤄져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논란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 정책과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한나라당은 당초 심사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점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다만 한 명만 선발하는 시험에서 해당부처 장관의 딸이 선발됐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위 공직자일수록 오해 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기본방향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논평에서 “이미 장관의 자녀라는 사실을 아는데 외부 면접관도 아닌 외교부 관계자들에 의한 면접이 ‘공정’했을지 의문스럽다”고 비난했다.

또한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 하고 살아야지...’라는 망언으로 국민의 분노를 산 바 있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고 보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유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음서제도: 고려시대 특권계층의 자녀를 과거시험 없이 등용했던 제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