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발생한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추락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해병대사령부) ⓒ천지일보 2018.7.18
지난 17일 오후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발생한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추락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해병대사령부) ⓒ천지일보 2018.7.18

기어박스 유럽제, 메인로터 국산, 엔진 미제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에 민간 전문가 참여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추락사고가 난 해병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가 국산·유럽제·미제 등 다국적 제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수리온은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쿠거와 슈퍼 퓨마의 설계도면을 활용해 만든 한국형 기동형 헬기다. 수리온의 핵심부품은 기어박스 유럽제, 메인로터 국산, 엔진 미제 등으로 생산 국가가 뒤섞여 있다.

수리온을 개조해 만든 마린온의 로터 블레이드(회전날개)는 KAI 측에서 설계해 국산부품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17일 사고 당시 회전날개는 헬기가 이륙한 이후 4~5초 만에 동체에서 떨어져 나갔다.

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기본설계와 장비결함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또한 회전날개가 분리되고 나서 미상의 연기가 나는 장면이 CCTV 영상에 잡힌 것을 통해서도 부품·장비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엔진의 동력을 회전날개에 전달하는 기어박스는 옛 유로콥터에서 만든 것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어 유럽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기어박스는 이미 두 차례 유럽에서 문제를 일으킨 핵심 부품으로 알려져 이번 사고에서도 기어박스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 수리온의 베이스 설계모델인 쿠거의 파생형인 슈퍼 퓨마가 주회전날개 이탈 증상으로 사고를 일으켜 13명이 사망했다. 2009년 4월 스코틀랜드에서도 슈퍼 퓨마 기종이 동일한 사고로 추락했다. 모두 기어박스 문제였다.

기어박스 외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부품에는 국산 자동진동저감장치와 미국산 엔진이 있다. 자동진동저감장치는 이미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군에서 시험비행 도중 이상 신호가 발생한 바 있다.

기체 떨림 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엔진과 관련해선 유럽 도면에 미국 엔진을 장착한 설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헬기 제작에 밝은 한 업체 관계자는 “유럽 도면에 미국 엔진을 장착한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병대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게 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마린온 추락사고로 숨진 장병의 유족들이 국회와 유족 측이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도 사고 조사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해당 요구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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