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최측근 변호사 영장기각
법원, 긴급체포 적법성 지적
“법리 다툴만한 여지 있어”
특검 수사 계획 차질 불가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댓글 조작 의혹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의 최측근 도모(61)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구속해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영장 기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가 무위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절차의 적법성까지 지적해 특검팀이 받는 심리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이다. 그는 작년 12월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으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에게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점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아울러 과거 수사 단계에서 도 변호사가 계좌 내역을 거짓으로 꾸미는 등 증거를 위조토록 한 정황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수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 17일 새벽 1시께 긴급체포했다. 도 변호사가 조사 중 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증거위조 혐의가 있다는 것이 체포의 이유였다.
특검팀은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도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했기에 특검팀 내부에서는 구속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판단보다 먼저 긴급체포의 절차부터 지적했다. 도 변호사를 ‘긴급히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특검팀의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여유가 없는 상황일 경우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불구속 수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과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지적이 있기 때문에 그 결정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허 부장판사는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과연 피의자의 심리 불안이 긴급히 체포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도 변호사는 특검팀의 공식 수사가 개시되자 자진 출석해 조사 받았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피의자 소환에 응했다. 도 변호사 측도 “그간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다”며 갑자기 체포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구속 심사에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허 부장판사는 “도 변호사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입장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만한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도 변호사 측은 일부 혐의는 인정하되 핵심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허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핵심 피의자를 구속 수사해 정치권 불법 자금 의혹의 핵심을 파고들려던 특검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 신병을 확보, 집중적인 조사를 벌여 김 지사를 비롯한 노 원내대표 등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불법 자금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불구속 상태가 된 도 변호사가 앞으로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
그동안 특검팀은 인적·물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도 변호사와 같은 핵심 피의자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진실 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1차 수사기한 60일 중 3분의 1이 지난 24일째이기 때문에 특검팀으로선 초조해질 거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