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6.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6.27

드루킹 최측근 변호사 영장기각

법원, 긴급체포 적법성 지적

“법리 다툴만한 여지 있어”

특검 수사 계획 차질 불가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댓글 조작 의혹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의 최측근 도모(61)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구속해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영장 기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가 무위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절차의 적법성까지 지적해 특검팀이 받는 심리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이다. 그는 작년 12월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으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에게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점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아울러 과거 수사 단계에서 도 변호사가 계좌 내역을 거짓으로 꾸미는 등 증거를 위조토록 한 정황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수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 17일 새벽 1시께 긴급체포했다. 도 변호사가 조사 중 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증거위조 혐의가 있다는 것이 체포의 이유였다.

특검팀은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도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했기에 특검팀 내부에서는 구속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판단보다 먼저 긴급체포의 절차부터 지적했다. 도 변호사를 ‘긴급히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특검팀의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여유가 없는 상황일 경우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불구속 수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과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지적이 있기 때문에 그 결정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허 부장판사는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과연 피의자의 심리 불안이 긴급히 체포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도 변호사는 특검팀의 공식 수사가 개시되자 자진 출석해 조사 받았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피의자 소환에 응했다. 도 변호사 측도 “그간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다”며 갑자기 체포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구속 심사에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허 부장판사는 “도 변호사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입장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만한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도 변호사 측은 일부 혐의는 인정하되 핵심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허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핵심 피의자를 구속 수사해 정치권 불법 자금 의혹의 핵심을 파고들려던 특검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 신병을 확보, 집중적인 조사를 벌여 김 지사를 비롯한 노 원내대표 등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불법 자금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불구속 상태가 된 도 변호사가 앞으로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

그동안 특검팀은 인적·물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도 변호사와 같은 핵심 피의자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진실 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1차 수사기한 60일 중 3분의 1이 지난 24일째이기 때문에 특검팀으로선 초조해질 거란 분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