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괴로워도 슬퍼도 언제나 ‘웃는 남자’ 관객 홀려
[리뷰] 괴로워도 슬퍼도 언제나 ‘웃는 남자’ 관객 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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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기획·제작 기간 5년… 175억원의 제작비

시시각각 빠르게 전환되는 화려한 무대

빅토르 위고 “이보다 위대한 소설 없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신체 일부를 훼손한 다음 다시 파는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는 항구에서 배를 타려고 한다. 이때 기이하게 입을 찢긴 한 사내아이가 제발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하지만 콤프라치코스는 냉정하게 뿌리치고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로 뛰어든다.

버려진 아이는 머플러로 입을 가리고 살기 위해 떠돌아다니다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사내아이는 소리를 따라 얼어붙은 여성의 품에 안긴 갓난아이를 안고 길을 떠돌다 약장수 ‘우르수스’의 집을 발견한다. 그렇게 영원히 웃는 ‘그윈플렌’, 순백의 여린 마음을 가진 ‘데아’, 약장수 ‘우르수스’가 운명처럼 만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한겨울 홀로 버려진 어린 그윈플렌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기획·제작기간만 5년, 총 175억원의 제작비, 박효신·엑소 수호·신영숙·정선아 등의 호화 캐스팅까지 블록버스터급 규모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웃는 남자’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지난 2016년 ‘마타하리’를 제작해 기량을 펼친 EMK뮤지컬컴퍼니의 야심 찬 두 번째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올해 초 공연전문웹진 플레이디비 설문조사에서 ‘관객들이 뽑은 2018년 기대되는 최고의 창작뮤지컬’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웃는 남자’는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은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프랑스 대표 국민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빅토르 위고는 원작 출간을 앞두고 “나는 이보다 위대한 소설을 쓴 적이 없다”며 애착을 보인 바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작품의 대본과 연출은 ‘레베카~’ 붐을 일으켰던 뮤지컬 ‘레베카’와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흥행작을 연출한 로버트 요한슨이 맡았다. ‘지킬 앤 하이드’ ‘더 라스트 키스’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으며, 그의 파트너 잭 머피가 작사를 담당했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주인공들이 거듭해서 말하는 이 대사에서 작품의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작에서도 나온 이 대사는 귀족과 하층민에 대한 치밀한 묘사, 인간 본성에 대한 빅토르 위고의 성찰을 드러낸다. 작품은 신분 차별이 심했던 17세기 영국 귀족 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생생하게 그리며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불행하게 사는 하층민의 모습을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을 통해 고발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그윈플렌은 끔찍한 괴물의 얼굴과는 반대로 순수한 인물이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공포이야기의 주인공 ‘빨간 마스크’가 떠오른다. 기이하게 찢긴 입가 덕분에 그윈플렌은 괴로워도, 슬퍼도 항상 웃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진심을 아는 건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뿐이다. 작품은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그러면서 그윈플렌과 데아, 우스수스 등은 혈연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족의 사랑이 이토록 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 17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답게 화려한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시시각각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는 상처와 터널에서 착안해 무대를 디자인했다. 작품에서 명확하게 나뉘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가 터널의 반대 끝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첫 무대 배경에서 드러난다.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뮤지컬 ‘웃는 남자’ 스틸. (제공: EMK)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와 처음 보는 건 빨간 초승달처럼 찢어진 무대다. 무수한 상처들로 가득한 배경에 크게 난 상처는 그윈플렌의 찢어진 입을 상징한다. 이어 콤프라치코스 일행을 배의 난파, 눈보라 몰아치는 벌판, 둥글게 표현된 의사당 등 관객의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한 무대는 영화를 보는 것인지, 뮤지컬을 보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강가에서 춤추는 여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대 바닥을 열어 실제 강을 표현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작품을 완성하는 건 역시 배우들이다. 그윈플렌 역의 박효신, 우르수스 역의 양준모, 조시아나 역의 신영숙은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다. 특히 ‘페드로’ 역의 이상준과 ‘앤 여왕’ 역의 김나윤은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 극의 빈틈을 채워준다.

박효신과 엑소 수호, 박강현이 등장하는 ‘웃는 남자’는 오는 8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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