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침몰 직전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이제 당의 존망이 김 위원장과 비대위의 역량에 달려 있게 됐다. 마침 당내 초선 의원들이 뜻을 모아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써 김병준 비대위는 당초의 우려보다 더 가뿐하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김 위원장도 19일 사무총장에 김용태, 비서실장에 홍철호 의원을 각각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당 살리기 작업에 나섰다.

잘 알려진 대로 3선인 김용태 신임 사무총장은 당내 개혁 성향이 가장 강한 부류에 속한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배한 직후 당시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으나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로 전국위 의결이 무산되면서 임명되지 못한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따라서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당 혁신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그 실상을  직접 목도하고 경험한 당사자인 셈이다. 김병준 위원장이 첫 인사로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대목이다.

김병준 비대위의 승패 관건은 자유한국당을 말 그대로 ‘환골탈태’ 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정치적 레토릭의 환골탈태가 아니다. ‘당 내부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결연한 의지 없이는 제대로 된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지금까지의 혁신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도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쇼’나 또는 당내 절충과 봉합으로 혁신의 핵심을 놓쳤기 때문이다.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사람과 정강정책 그리고 당의 스탠스를 바꿔야 한다. 이쯤되면 ‘환골탈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중에서 첫 번째 과제는 ‘인적 청산’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가장 큰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인적 청산의 기준과 범위, 그 수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사실상 비대위 승패의 관건이라는 의미이다. 김병준 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그리고 당 안팎의 비대위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대목이다. 인적 청산의 ‘실행’만큼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마무리해도 늦지는 않다. 지금은 오히려 인적 청산에 대한 기준과 범위, 정강정책 혁신에 집중해서 당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 내도 좋다. 어차피 인적 청산은 다음 총선에서 선거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김병준 비대위는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다. 그리고 아직은 어떤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김병준 호(號)는 성공해야 한다.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안정되고 국정의 경쟁력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더 큰 야당’이 될 수 있도록 김병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당내 ‘총의’와 지지가 무엇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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