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원로들 “조계종 불법행위·적폐 즉각 수사하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조스님이 조계종 개혁을 위해 총무원장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을 선언한 지 오늘(19일)로써 한달이 되자 설조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설조스님의 뜻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 설치된 설조스님 단식농성장에서 경찰 당국에 조계종의 불법행위·적폐를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모임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 등을 포함해 총 10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문화관광체육부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의 템플스테이 비용이 정부 보조금으로 집행됐으나, 배임과 횡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문체부와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문체부 도종환 장관과 감사원장, 검찰총장에게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결탁한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체제에서 10여년 동안 2500억원의 국고예산이 투입된 사찰의 사찰방재(예측)시스템 구축 사업 등에 대한 배임과 횡령 의혹 등을 밝혀내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과 검찰에게는 “자승스님 재임 8년 동안 자행된 각종 불법 행위와 특히 상습도박(해외 원정 도박) 및 도박장 개설, 폭행, 성추행·성폭행, 성매매 의혹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정스님에게는 “약속대로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대로 해명하고, 참회와 사퇴로 설조스님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하루빨리 일부 권승들의 범죄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계기가 마련돼 30일째 단식하고 있는 노스님의 단식이 중단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우리는 조계종의 적폐만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조계종 집행부의 비리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보는 것”이라며 “해당 모임을 전국으로 확대해 조계종 개혁에 앞장서고 300명이 넘게 떠나버린 조계종을 되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심장병 수술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백기완 소장은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백 소장은 “설조스님이 불교계의 부정부패 씻어내고자 목숨을 걸고 있어 이 땅 재야의 한 어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이 땅의 절집도, 불교계도, 스님도 다시 맑고 깨끗해질 수 있도록 설조스님의 뜻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설조스님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불교계 언론에 따르면 최근 시작된 기침이 전날(18일)에는 더 심해져 주치의인 이보라 인의협 사무총장이 설조스님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목이 붓고 기침이 심해지면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식 전 설조스님의 몸무게는 81.9kg이었지만, 단식 28일째였던 지난 17일에는 약 71kg으로 10kg 이상이 줄었다. 그러나 설조스님은 “내 숨이 다할 때까지 단식할 것”이라며 “단식을 계속하기 위해 감기 치료는 받겠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치료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조스님 단식장에는 매일같이 단식중단을 호소하는 사부대중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설조스님은 매번 완강하게 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