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포스트종교운동, 자본화된 종교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이호재 포스트종교운동, 자본화된 종교에 대한 통렬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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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 서평

이호재 저술 ‘포스트종교운동(문사철, 2018)’

ⓒ천지일보 2018.7.19
ⓒ천지일보 2018.7.19

“가자 새벽을 여는 뜨거운 가슴의 선지자들이여 감춰지고 버려진 외딴 길을 따라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민을 해방시키러.”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의 시 일부다. 맥락은 달라도 변찬린이 본 종교 퇴락의 시대에 그가 품은 종교적 상상력과 이상도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오래 전부터 변찬린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이호재 박사(현 자하원紫霞院 원장)의 야심작이 탄생한 후에 예언자적인 날선 비판을 감행한 저서가 연이어 나왔다. 그의 ‘포스트종교운동’이라는 책은 그야말로 종교와 비종교를 아우르는 종교민중을 향한 애증이 섞인 현대판 예언서로서 기능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의 눈에는 자본주의에 좀 먹고 그에 편승한 종교들은 이미 본질적인 종교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비제도권의 종교학자로서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자기검열이라는 학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교를 분석한 그의 시선은 변찬린과 같은 여러 스펙트럼으로 오늘날의 한국종교의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먼저 자본화된 종교, 건물형 중심의 종교는 결코 본질적인 종교의 모습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실제로 모든 종교의 출발이 조직이나 가시적 공간을 중심으로 해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승가공동체나 카할이나 에클레시아는 임의성과 우연성의 산물이다) 순수한 신앙의 실천적 삶과 성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볼 때, 자본화된 종교나 건물형 종교는 애초의 종교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임에 틀림이 없다. 오히려 종교는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함석헌의 씨ᄋᆞᆯ종교공동체나 비조직적인 인격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개념이 ‘운동’이다. 자본화된 종교, 제도화된 종교는 고착화되어 있어서 시대적인 문제에 답하지 못할 정도로 유연하지 못하고 늘 교리만 답습하는 체제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그런 종교인 혹은 종교적 전문가를 ‘교주형 직업종교인’ ‘기복부흥사형 직업종교인’ ‘권력지향형 직업종교인’ 등 ‘직업종교인’이라고 규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고인 물이 되어 썩는 것이다.

생성, 변화, 발전하는 종교가 되려면 끊임없는 변증법적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순수한 영을 통해 공통적인 종교체험을 한 사람들의 수평적인 연대 공동체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저자가 그런 성격의 종교를 ‘새교회운동’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다만 평자가 봤을 때 여기에서 ‘새’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종단과 교파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종교, 새로운 신, 새로운 초월자, 혹은 새로운 진아(眞我)를 만나는 종교를 일컫는다.

평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새교회란 단순히 교회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를 포괄하는 대표개념이라고 보고 싶다. 그 이유는 변찬린이 개신교의 신앙적·신학적 세례를 받았다고는 하나, 그의 광범위한 영성적·종교적 사유 영역을 볼 때 반드시 교회만을 상정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새교회란 신의 뜻에 합당한, 신에 뜻에 부합한 종교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종교는 신의 뜻에 반하였다는 말인가? 이호재 박사는 변찬린을 언급하면서, 새교회운동, 혹은 새종교운동은 구조적 건물 지향이 아닌 인격적 내면 지향, 어느 누구의 계도를 받아서 성장하는 양적 변화가 아니라 주체적인 신자의 행동 변화에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는 경전과 교리를 맹신하는 신자가 아니라 참 인간을 추구하는 인격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인간이 곧 성전’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포스트종교운동으로서의 새교회운동은 새종교운동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진리공동체로서 이웃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종교는 서로 폐쇄적인 모나드와 같은 종교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향후 포스트종교운동의 사활이 소통‧영통한 ‘영성생활공동체’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그것은 좀더 구체적으로 “사랑과 자율과 공감”을 나누는 인격적 종교공동체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종교적 권위에 대한 저항, 건물성전의 해체, 종교경전의 해방을 통한 주체적 경전 읽기, 인격 신앙을 통한 생활공동체의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을 설파한다. 이상과 같이, 그의 요지는 간명하다. 자본신앙과 자본종교에 물든 종교를 해방시키고 영성적 인격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종교운동의 ‘포스트’는 ‘탈’(脫)이나 ‘초’(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종교운동은 지금의 모든 종교의 이상현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종교 아닌 종교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책이 제도적, 조직적 종교인이 생각할 때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냉철한 이성적 눈으로 보고 영성적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화수 역할을 할 것이라 사료된다.

◆김대식 함석헌평화연구소 부소장은?

기독교미래교육연구소 부소장이며 종교학과 철학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고 대구가톨릭대학과 숭실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함석헌의 평화론’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 세계’ ‘함석헌과 이성의 해방’ ‘칸트철학과 타자인식의 해석학’ ‘그리스도교 감성학’ ‘아시아평화공동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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