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발생한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추락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해병대사령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8
지난 17일 오후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발생한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추락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해병대사령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8

이륙 5초만에 회전날개 이탈

조사과정, 유족대표 참관할듯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시험비행 중 추락해 5명의 인명피해를 낸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회전날개를 고정하는 장치 부분에 결함이 있었거나 정비상 문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해병대의 헬기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조사위)는 19일 사고기의 기본설계와 기체결함 등 가능성을 우선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의 CCTV를 보면 사고 헬기는 이륙 후 4~5초만에 30여m 상공에서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동체가 추락했다.

군 관계자는 “사고 헬기 조종사는 비행시간이 3300시간에 달하고 미국 비행시험학교까지 졸업했기 때문에 조종 미숙보다는 기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해병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가 2012년 말 전력화된 이후 여러 유형의 사고와 결함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례는 없었다”며 “기본설계 결함이나 기체 및 장비결함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 당국은 이번 사고 조사를 위해 해병대, 해군,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했다. 조사위는 지난 17일 사고 이후 조사에 착수, 사고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고 정황 탐문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사고기가 시험비행 직전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에 대한 정비를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기체 떨림 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줘 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경남 고성군에서 시험비행 중이던 수리온 헬기가 자동진동저감장치의 이상 신호가 발견돼 예방 차원에서 착륙한 바 있다.

일부 헬기 전문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기본설계결함’에 의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헬기가 프로펠러 이탈 현상으로 추락한 사례가 있다”며 “수리온도 기본설계결함으로 사고가 난 유럽 기종과 동일한 기체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원인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 쿠거와 슈퍼 퓨마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는 ‘쿠거’의 파생형인 ‘슈퍼 퓨마’가 주회전날개 이탈 증상으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했다.

보다 정확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측 관계자는 “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갔거나, 날개 1개가 먼저 부러진 다음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인지를 조사해봐야 한다”며 “해병대가 제공한 CCTV 영상만으로는 과거 유럽의 두 사례와 같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마리온은 함정 착륙을 위해 앞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개조했는데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접이식 날개를 펴는 과정에서 장비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군은 유가족 대표가 조사 과정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유가족 대표를 사고 조사위원회 활동에 참관토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사고 현장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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