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 시간과 속도에 제한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제껏 존재 유무로 설왕설래했던 ‘시간표(timeline) 논쟁’이 결국 ‘없다’는 데 결론이 나면서 사실상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속전속결식 일괄타결론을 접는 것이다.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동시 행동론을 미국이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간표 논쟁은 지난달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에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가 끝나기 전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북한과의 후속협상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발 물러났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달 27일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구이’에 빗대면서 요리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속도 조절론을 꺼내들었다.

이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밀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라는 초강경 시간표를 제시했고, 이에 국무부는 즉각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3차 방북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이 시간표에 대해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우리(북미)는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언급하면서 미국이 일정한 시간표를 제시했지만 북한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기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며 “나는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익숙해 있다”고 밝혔다. 또 16일에는 “나는 정말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과 잘하고 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년간 계속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는 자리에서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 그저 과정을 밟아갈 뿐”이라며 시간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해송환에 대해서도 확고했던 입장을 돌연 바꿨다. 지난달 20일에는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고 과거형으로까지 장담했으나 전날 인터뷰에서는 “빨리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라는 뜻”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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