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 30일에 이어 14일에도 광화문에 모여 반대집회를 진행했다.지 난달 30일 집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 30일에 이어 14일에도 광화문에 모여 반대집회를 진행했다.지 난달 30일 집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8

국민 10명 중 7명 “엄격한 심사통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종교계, 잇따라 난민 수용 촉구 성명 발표 “긍휼‧인애 정신”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예멘 난민 신청자의 ‘난민 인정’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종교계에서는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담긴 성명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사랑’ ‘자비’ 등 이웃에 대한 사랑과 베풂을 강조하는 종교계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진단된다.

16일 개신교 진보진영 22개 단체들이 연대해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이웃, 난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 예멘난민과 관련해 떠도는 온갖 반대의 이유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 및 낯선 종교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 그에 따른 막연한 추측과 우려, 게다가 근거 없는 ‘가짜 뉴스’까지 덧입혀지면서 ‘난민괴담’ 수준에 이르렀다”며 “올바르고 정직한 판단을 위해서 우리는 ‘난민괴담’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단체들은 정부에 난민신청 예멘인들에 대한 신속한 심사와 법‧절차에 따른 지원과 보호를 요구했다. 또 관용주의적인 태도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정된 난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세계 가난한 이웃들과 특히 무슬림에 대해 근거 없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해온 일부 개신교인들은 하나님과 세계 앞에 깊이 참회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차별과 배제가 아닌 그리스도의 긍휼과 인애의 정신으로 필요를 살피고, 안식처를 제공하는 등 이웃사랑에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개신교 진보진영에서 주로 목소리를 내온 단체들이 참여했다.

◆종교계 “난민, 나그네… 따뜻하게 맞아야”

종교계 난민 수용을 장려하는 목소리는 끊이질 안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난민 수용을 촉구했다.

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등은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신앙인들은 근거 없는 루머를 바탕으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주·인권협의회는 “살인적인 폭력을 피해 평범한 삶을 찾아 우리 곁에 온 나그네를 내쫓아서는 안 된다”며 “오랜 내전으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맞이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상처 입은 나그네를 따뜻하게 환대하고 품어 안음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나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제주지역 종교계는 이미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제주 관음사·제주불교청년회·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제주포교사단·제23교구본사 신도회는 난민대책회의를 열고 ‘제주불교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는 이달 초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소 목소리를 정리하면서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해 “난민을 배척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예멘인들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초까지 제주에 무비자로 입국한 561명이다. 이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최남단,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쪽에 있는 나라로, 독립과 분단을 거쳐 1990년 통일 국가가 됐다. 하지만 또다시 분열됐고, 여기에 종교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3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를 포함, 최소 약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쟁 때문에 희생됐다.
 

◆국민 60~70% 난민 수용에 신중론

종교인들의 예멘 난민 수용 입장은 국민들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국민들은 과반수 이상이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짙었다.

한국사회연구조사연구소는 16일 7월 정례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들은 난민 수용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70.2%)’ 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난민은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16.9%, ‘인도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10.7%로 나타났다.

‘난민수용 반대’ 혹은 ‘제한 수용’ 의견을 보인 응답자를 대상으로 추가 조사한 결과 거부감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난민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44.7%)’이었다. 그다음으로 종교 및 문화적 갈등(21.9%), 난민에 의한 일자리 감소(15.6%), 난민 수용에 따른 세금 지출(10.7%)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43.4%는 이 예멘인들에 대해 ‘취업 등 다른 의도로 들어왔기 때문에 난민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자국의 내전을 피해 온 난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2.8% 큰 차이가 났다. 23.8%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난민이 아니’라는 응답은 20대(53.3%)‧30대(51.7%)가 가장 많았다. 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50.4%) 그리고 서울(47.1%) 순으로, 직업별로는 학생(56.0%) 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 설문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4일 유무선 RDD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수준, 응답률은 9.3%다.

이에 앞서 한국갤럽조사연구원이 지난 10~12일동안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난민 수용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최소한의 난민만 수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62%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가능한 많은 수를 난민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난민 수용하지 말고 강제 출국 조치해야 한다’도 6%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 설문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각’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 ±3.1%, 응답률 14%다.

한편 지난 4일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난민 신청자 총 4만 470명 중 인정자는 839명, 인도적 체류자는 1540명이며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4.1%다.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하면 거부할 수 없고,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2011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 지위와 처우를 규정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전 세계 난민은 6850만명이다. 세계인구 평균 110명 중 한 사람 꼴이다. 난민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유럽 국가들은 난민정책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갈리는 등 여론의 동향은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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