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7

“경찰 부실수사 의혹 구체화하면 수사 가능”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수사방향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특검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7일 기준 특검팀이 공식수사에 착수한 지 20일이 지난 가운데 현장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놓쳤던 부분이 확인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일당의 사무실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경찰은 3월 첫 압수수색 당시 CCTV 자료 등 증거 확보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자 4월 다시 압수수색을 진행해 CCTV 관련 자료들을 수거해 갔다.

그러나 특검팀이 지난 10일 산채의 현장조사를 통해 사무실 1층 쓰레기더미에서 휴대전화 21개와 유심카드 53개를 발견해내며 경찰 압수수색 내용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됐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산채를 정리해 쓰레기를 버린 건 지난달 15~17일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지 3개월가량 지난 시점이다. 경찰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증거물을 없애려 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경찰이 CCTV 자체를 회수해가는 바람에 경공모 회원들의 출입 상황이나 증거의 반입·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산채의 건물주가 경찰이 CCTV (일체를) 가져가서 현재는 설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0일 '드루킹' 김동원(49·구속) 씨 일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1층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을 발견했다. 사진은 휴대전화와 유심칩이 들어있던 쓰레기 더미 모습. (제공: 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0일 '드루킹' 김동원(49·구속) 씨 일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1층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을 발견했다. 사진은 휴대전화와 유심칩이 들어있던 쓰레기 더미 모습. (제공: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드루킹과 그가 만든 경공모 회원들이 지난 2016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대선기간 총 110만건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수사 기록을 지난달 특검팀에 넘겼다.

하지만 특검팀은 경공모 회원들의 댓글 조작 규모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5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3사를 압수수색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 기간이 경찰이 밝힌 것보다 더 길었다는 물증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는 경찰이 이번 사건의 가장 기본인 댓글 조작 규모도 분명히 확인하지 못하고 수사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법부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특검팀이 공식 수사 기간 내에 경찰의 부실 수사 내지는 은폐 의혹까지 수사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증거가 그 동안 멸실될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특검팀에 발견되고 있다는 건 경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경찰이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는 등) 수사에 소홀했다는 의혹이 구체화한다면 경찰도 특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드루킹 일당 등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필요하고 경찰의 고의성도 확인돼야 한다”며 “단순히 경찰의 능력 문제라면 비난받을 수는 있겠지만, 수사 대상에 오르긴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드루킹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특검 수사 중인 사안에 뭐라고 언급하기 힘들다”면서도 “(CCTV) 실물을 떼 간 적이 없고 모든 수사 기록과 증거물은 일체 특검에 인계했다”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소환 시기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찰이 했던 것보단 혐의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드루킹 일당의 일부 진술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든지 범죄 구성이 어렵다든지 등의 법리검토 여부에 따라 소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61) 변호사를 긴급체포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지난해 12월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다른 정치인들까지 드루킹 일당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것과 관련해 한 변호사는 “드루킹 일당이 (자신들의 힘으로)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공을 내세워 ‘훈장’을 받으려 했다면, 정치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줄을 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 당선을 위한 댓글 조작 활동을 실제로 했다면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정치인들과는 단순한 교류에 그쳤을 가능성이 커 수사가 지금 이상으로 확대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체포된 도 모 변호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체포된 도 모 변호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