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민공이 황제와 진류왕을 구하여 조정에서 마중 나온 신하들과 낙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 앞에서 홀연히 나타나 다가오는 기치창검을 든 엄청나게 큰 대군의 무리를 만났다. 일행은 얼굴빛이 파랗게 질리고 황제 역시 깜짝 놀랐다. 원소가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가 큰소리로 물었다.

“군대를 이끌고 앞을 가로막아오는 사람은 누군가?”

오색 수기가 펄럭이는 상대편의 말 탄 한 장수가 되레 물었다.

“천자는 지금 어디 계신가?”

그 소리에 어린 황제는 후들 후들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우 진류왕이 말을 채쳐 나오면서 장수를 향해 꾸짖었다.

“감히 어가(御駕)를 범하는 자는 누구냐?”

그제야 장수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서량 태수 동탁이올시다.”

어린 진류왕은 소리를 높여 동탁을 꾸짖었다.

“네가 호가(護駕)를 하러 왔느냐. 겁가(劫駕)를 하러 왔느냐?”

“황공한 말씀입니다. 어가를 호위하러 왔습니다.”

동탁이 공손히 대답하자 진류왕이 다시 목청을 높여 꾸짖었다.

“네가 만약 천자를 호위해 모시러 왔다면 어찌 이리 무례하냐? 빨리 말에서 내리지 못하겠느냐? 천자께서는 여기 계시다.”

동탁은 진류왕의 말을 듣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황망히 말에서 내려 길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진류왕이 비록 어린 소년이지만 동탁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 실수도 없었다. 동탁은 진류왕의 태도를 보고 속으로 똑똑하고 영특하다고 생각하며 천자감이라고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날로 어린 황제는 환궁을 해서 하태후와 대면하고 모자가 끌어안고 통곡해 울었다. 궁중을 정돈한 후에 모든 물목을 조사해 보니 난리통에 전국옥쇄(傳國玉璽)가 없어져 버렸다.

동탁은 군대를 성 밖에 주둔시킨 후에 날마다 철갑을 입은 군마를 거느려 성 안으로 들어와 거침없이 내달리니 거리와 저자의 백성들은 황황하고 불안했다. 동탁은 대궐을 드나들면서 상전이 없는 것처럼 교만하여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후군 교위 포신이 원소를 찾아가 걱정을 했다.

“동탁이란 자는 필연코 이심을 먹은 자니 빨리 없애 버리는 것이 가한 줄 아오.”

“조정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경동을 해서는 아니 되네.”

원소는 포신의 말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포신은 사도 왕윤을 찾아가 같은 말을 했으나 얼른 찬성을 얻지 못하고 차차 상의 해보자는 말만 겨우 들었다. 포신은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하 군대를 거느리고 태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동탁은 대장군 하진의 형제가 거느렸던 군사들을 불러들여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니 그의 세력은 더욱 크게 확대됐다.

동탁은 자신의 사위요 모사인 이유한테 가만히 의논했다.

“내 생각에는 황제를 폐위시키고 진류왕으로 황제로 삼으려 하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지금 조정에는 주관이 없습니다. 이때 선수를 치지 않으면 변이 생길 것입니다. 내일 은명원에서 잔치를 열고 백관을 소집한 후에 황제를 바꾸는 일을 선포하십시오. 만약 좇지 않는 자가 있다면 목을 베십시오. 지금이야말로 권위를 한 번 세워 볼 때라 생각합니다.”

모사인 이유의 말을 들은 동탁은 크게 기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